한국이 자국 산업 기반을 토대로 독자적인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 모델을 추진하면서, 실물경제와 디지털자산을 연계하는 새로운 성장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정부와 민간이 합심해 산업·금융·기술 영역이 융합된 새로운 디지털 경제 모델 구축에 나선 셈이다.
세계 경제는 최근 미·중 갈등 장기화, 고금리 지속, 공급망 재편 등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에 따라 각국은 실물자산 중심의 전통 금융 체계에서 디지털 중심의 미래형 금융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으며, 특히 가상자산시장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은 주요 암호화폐는 높은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대량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이 가상자산 ETF를 공식화하면서, 디지털 자산과 기존 자본시장이 본격적으로 연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이 구상 중인 ‘한국형 가상자산 ETF’는 단순히 비트코인 등 사설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수동적 모델이 아니다. 핵심은 부동산, 산업단지, 스마트시티, 에너지, 지식재산권 등 실질적 국내 자산을 토큰화해, 이를 기반으로 투자 상품을 구성하고 해외 자본을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부산의 스마트 항만, 세종의 스마트시티, 울산의 수소 산업단지, 광주의 AI 집적단지 등이 ETF 기초자산이 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투자조달이 직접 산업 현장과 지역사회로 연결된다.
이러한 모델을 뒷받침할 기반으로는 ‘은행 발행 스테이블코인’ 시스템이 제안되고 있다. 기존의 민간 주도 스테이블코인은 투기성과 신뢰 이슈가 존재하는 데 비해, 한국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정책 목적이 강한 금융기관과 시중 은행, 그리고 국내 대표 ICT 기업의 기술력을 결합해 제도적 안정성과 기술적 신뢰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이는 국가의 통화 주권을 유지하면서도 디지털 자산시장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안전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
특히 지방정부, 민간 기술기업, 자본시장이 협력하는 삼각 모델을 통해, 지역 단위에서도 가상자산 ETF와 스테이블코인을 연계한 맞춤형 플랫폼 개발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광주가 지역 특화 ETF를 발행하고, 지역화폐 역할을 하는 디지털 코인이 발행되면 인프라 투자 수익이 지역 주민과 스타트업 등에 분배되는 구조를 구현할 수 있다. 이는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소득의 디지털 기반 분배 시스템, 즉 ‘디지털 기본소득’으로의 전환까지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이 같은 혁신 전략이 차근차근 실행된다면, 한국은 단순한 제조 강국에 머무르지 않고 디지털 자산과 실물경제가 결합된 새로운 경제 롤모델을 세계에 제시할 수 있다. 동시에 아시아나 아프리카 등 신흥국으로 관련 기술과 제도를 수출하면서, 글로벌 디지털 경제 규범 형성과 복지 혁신의 주도자로 나설 수 있는 기반도 갖추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