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401(k)에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투자 허용…6,000조 시장 문 열린다

| 서지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401(k) 퇴직연금 계좌에 암호화폐 등 대체자산 투자를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미국 투자자들의 은퇴자산이 디지털 자산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열렸다. 업계는 장기적으로 비트코인(BTC) 등 주요 코인을 중심으로 자금 유입이 급증할 수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퇴직연금 계좌인 401(k)와 이와 유사한 확정기여형 연금계획에서 암호화폐, 사모펀드, 부동산 등 대체자산에의 투자를 허용할 수 있도록 현재 규제를 재검토하라고 미 노동부에 지시했다. 이번 조치는 기존 금융 시스템 중심의 자산 운용 틀을 흔드는 의미 있는 변화로 풀이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전체 퇴직연금 자산은 약 43조 4,000억 달러(약 6,033조 원)에 달하고 있으며, 그 중 401(k)를 포함한 확정기여형 계좌가 차지하는 규모는 12조 달러(약 1,668조 원)에 이른다. 이 중 8조 7,000억 달러(약 1,209조 원)가 401(k)에 집중돼 있어, 이 자금 중 극히 일부만 암호화폐로 유입돼도 시장에는 상당한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구상에 대해 신중하지만 고무적인 조치라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 최대 암호화폐 운용사 관계자는 “기관투자자들이 제도권 내 계좌를 통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ETH) 등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 자체가 긍정적 신호”라고 밝혔다. 그는 “향후 ETF나 디지털 자산 기반 운용 상품이 확대되면 은퇴자산의 분산 투자 수단으로 암호화폐의 역할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행정명령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공석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 이사 자리에 임시로 스티븐 미란(Stephen Miran)을 지명하겠다고 발표했다. 미란은 이전에 재무부 수석 고문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으며, 금리 및 자산시장에 대한 보수적인 접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암호화폐에 대해 점차 우호적인 정책 기조를 강화하고 있음을 더욱 뚜렷이 보여주는 대목이다. 리플(XRP)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간 장기 법정 분쟁이 일단락된 가운데, 제도와 실물 경제의 접점을 넓히려는 리더십이 가시화되면서 제도권 진입을 모색해온 암호화폐 산업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