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의 자체 토큰 XRP가 기술적 불확실성과 고래들의 투자 이탈이라는 이중 악재에 직면했다. 최근 온체인 데이터를 근거로, 고래 지갑에서 빠져나가는 XRP 물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는 과거 가격 고점을 형성한 시기와 유사한 패턴으로, 향후 XRP 가격의 급락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진단이다.
가명 분석가 ‘Enigma Trader’는 크립토퀀트 데이터를 인용해 XRP의 90일 평균 고래 흐름 지표가 심각한 음수권으로 내려갔다고 밝혔다. 이 지표는 대규모 지갑에서의 순유입 또는 순유출을 반영하는데, 대다수 고래들이 XRP를 매도하면서 시장 구조가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속적인 고래 누적이 없으면, XRP 시장은 구조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머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XRP는 3.30달러(약 4,587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7월 한 달 간 XRP는 70%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며 3.40달러(약 4,726원)를 돌파했지만, 이후 가격 조정과 함께 다시 매수세가 약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시세 상승이 단기 매수 심리를 자극한 ‘불 트랩’에 불과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7월 24일 이후 XRP의 거래소 보유량은 30억 2,000만 개에서 23억 개로 대폭 감소했다. 이는 일부 보유자들이 장기 보유를 위해 XRP를 거래소 밖으로 이동시켰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그러나 동시에 고래들의 누적 움직임이 멈췄다는 점은 전반적인 유통량 감소가 단기 매집보다는 대량 분산의 결과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한 네트워크 가치 대비 거래량 비율(NVT)이 하루 만에 44% 상승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NVT 지표는 시가총액과 네트워크 사용량의 비율로, 이 비율이 높아질수록 실제 이용 대비 과대평가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본다. 현재 XRP는 NVT 급등과 고래 매도가 맞물리며, 피로감이 누적된 장세에 접어든 모습이다.
다만 일부 긍정적인 요소도 있다. 최근 한국의 제도권 수탁업체 BDACS는 XRP 커스터디 서비스를 도입하며 기관투자 수요 확대 가능성을 열었다. 한국은 XRP 보유량이 높은 국가 중 하나로, 제도권 채널의 확대는 중장기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종합하면, 단기간 XRP는 3.30달러선을 지지할 수 있을지 기로에 서 있다. 고래들의 매도세가 이어질 경우 조정 폭이 깊어질 수 있지만, 제도권 접근성과 일부 투자자의 강한 보유력이 방어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향후 수일 내 출현하는 고래의 재매집 여부가 추가 상승 가능성을 가늠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