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의 이익 실현 열기가 한풀 꺾이면서, 장기 보유자들이 최근의 가격 고점에서도 매도에 나서지 않고 매수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월에 기록적인 매매 활발세를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인 양상이다. 이 같은 흐름은 시장 내 참여자 구성의 변화를 시사하고 있다.
온체인 데이터 분석기업 글래스노드(Glassnode)에 따르면, 최근 장기 보유자의 실현 수익은 7일 이동평균 기준으로 7월의 하루당 10억 달러(약 1조 3,900억 원)에 달했던 수준에서 크게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2024년 연말 단기 보유자들의 급격한 차익 실현과는 달리, 이번에는 2020~2022년 강세장에서 비트코인을 매수해 이제 막 3~5년차를 넘긴 장기 투자자들이 일부 이익을 실현하는 중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포지션을 유지하며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장기 보유자의 배경에는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연중 최고점인 12만 3,091달러(약 1억 7,104만 원)에 근접한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음에도 ‘홀딩 전략'을 고수하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크립토퀀트(CryptoQuant)가 최근 공개한 데이터에도 이러한 흐름이 반영된다. 이에 따르면 기관 투자자 거래는 줄어든 반면, 개인이 주도하는 소규모 매수 주문이 선물 시장에서 우위를 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장 지형의 구조적인 전환을 의미한다. 과거 강세장 정점에서는 대규모 자금을 움직이는 기관 중심의 분산(distribution) 국면이 주요 패턴이었지만, 현재는 개인 투자자가 중심을 이루면서 더 많은 가격 반등 여지가 존재한다는 평가다.
시장 참여 증가 지표도 주목할 만하다. 암호화폐 시장 분석가 알리 마르티네즈(Ali Martinez)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하루 신규 비트코인 주소 수가 36만 4,000개를 넘는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년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새로운 개인 투자자의 유입이 아직 유효하다는 증거다.
하지만 가격 흐름만 놓고 보면 상승 탄력이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비트코인은 보도 시점 기준 약 12만 1,224달러(약 1억 6,848만 원)로 전일 대비 2.6%, 최근 일주일간 5.9% 상승했으며, 한때 12만 2,000달러를 상회하기도 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97.9%의 견조한 상승률이지만, 최근 2주 기준으로는 1.9%, 30일 누계 상승률은 2.6%로 상승세가 다소 둔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 심리 지표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크립토퀀트의 ‘불 스코어 인덱스(Bull Score Index)’는 8월 10일 기준 80에서 60으로 하락했다. 이는 투자자들의 ‘매수 의지’가 한풀 꺾였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여기에 스테이블코인 유입량이 줄면서, 단기적으로는 암호화폐 시장으로 유입되는 신규 자금이 많지 않다는 점도 상승세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요소다.
결과적으로, 비트코인의 상승세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단기적 관점에서는 탄력이 줄고 있으며, 시장 주도권이 기관에서 개인으로 넘어가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향후 가격 흐름의 방향 설정에 중요한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