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12만 달러 돌파 후 진짜 상승은 '유동성'에 달렸다

| 손정환 기자

비트코인(BTC)이 최근 단기 목표가인 12만 500달러(약 1억 6,750만 원)를 돌파하며 반등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유동성이 향후 가격 흐름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을지 여부에 모이고 있다. 강력한 가격 모멘텀이 확인되고 있지만, 이를 실질적인 상승 추세로 전환하기 위해선 네트워크 성장뿐 아니라 유동성 구조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온체인 분석 기관 스위스블록(Swissblock)은 최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의 상승세가 점화 단계에 진입했지만, 향후 움직임은 유동성 지표와의 상관관계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비트코인의 온체인 네트워크 성장률은 약 82 수준으로 상당히 높지만, 유동성은 52 수준으로 중간 범위에 머물러 있다. 스위스블록 산하 분석사인 비트코인 벡터(Bitcoin Vector)는 이 같은 조합이 과거 사례를 기준으로 추가 상승 가능성을 높인다고 밝혔다. 특히 유동성이 50~60 수준으로 강화될 경우, 비트코인이 다음 상승 구간으로 진입할 수 있는 ‘연료’를 공급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유동성이 40 이하로 급락하면서 네트워크 성장률만 높은 상황이 유지되면 이는 고점 형성과 급락 가능성을 동반한 ‘후기 국면’의 전형적 신호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트코인 벡터는 “사상 최고가 재돌파는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며, 지속적인 가격 발견(further price discovery) 단계로 진입하기 위한 핵심 변수로 유동성 흐름을 지목했다.

한편, 투자사 QCP 캐피털은 비트코인과 미국 주식 간 상관관계가 지난 7월 중순 이후 뚜렷하게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최근 주식시장이 미국의 고용지표 이후 반등에 성공하면서 비트코인 역시 직전 낙폭을 상쇄했다. 알트코인 중에서는 이더리움(ETH)이 주도적 역할을 했으며, 지난 일주일간 21% 상승하며 4,300달러(약 598만 원)를 돌파했다. 이는 2021년 이후 처음이다.

시장 주체들의 시선은 이제 8월 12일 발표 예정인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간 CPI 상승률이 2.8%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것이 예상보다 낮게 나올 경우 9월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QCP는 "연준 위원들의 비둘기파적 발언이 이어지며 이미 금리인하 기대는 거의 확정된 분위기"라며, 변동성이 매우 높은 전면 옵션 시장에서도 11만 5,000달러(약 1억 6,000만 원)~11만 8,000달러(약 1억 6,400만 원) 수준의 풋옵션 수요가 증가하는 이면에는 CPI 발표 전 포지션 정리에 나선 트레이더들의 대응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동시에 시장은 비트코인 현물 ETF 자금 유입과 기관 수요 동향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고래 지갑의 대량 매도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큰 흔들림 없이 상승 흐름을 유지하고 있어, 전반적인 구조적 강세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QCP 캐피털은 "비트코인이 주요 저항선을 돌파하지 못하고 횡보하더라도, 단기 고점 매도 압력은 CPI 발표 이후 일정 부분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향후 주목할 주요 이벤트로는 8월 12일 미국 CPI, 14일의 생산자물가지수(PPI) 및 실업수당 청구 건수, 15일의 소매판매 지표 발표가 있다. 각 지표 결과에 따라 비트코인의 유동성 흐름과 가격 궤적이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의 새로운 시세 발견 구간(price discovery)으로 진입하려면, 단순한 상승 자극을 넘어 유동성 기반의 구조적 강세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