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美서 일부 혐의 유죄 인정…테라 사태 전환점 될까

| 연합뉴스

테라폼랩스의 공동 설립자인 권도형 씨가 미국에서 진행 중인 형사재판에서 일부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때 전 세계 가상화폐 시장을 뒤흔들었던 테라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의 폴 엥겔마이어 판사는 8월 12일(현지시간) 열린 공판에서 권 씨가 사기와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등 두 가지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당초 자신에게 제기된 모든 혐의를 부인했던 권 씨의 입장 변화로, 재판 전략에 중대한 전환이 일어났음을 시사한다.

미국 검찰은 지난해 3월, 권 씨가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직후부터 총 8개 혐의로 권 씨를 기소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는 증권 사기, 상품 사기,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시세 조작 공모 등 복잡한 금융범죄가 포함돼 있었고, 이후에는 자금세탁 공모 혐의도 추가됐다. 이 같은 모든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권 씨는 최대 130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중대한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권 씨는 지난 1월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된 이후 열린 첫 기소인부 심리에서 자신에게 제기된 모든 범죄 혐의에 대해 혐의를 전면 부인했었다. 그러나 불리한 재판 환경이나 법률적 조정 가능성을 고려해 일부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연방법원에서의 유죄 인정은 보통 양형 협상(plea bargain)의 일환으로 진행되며, 검찰이 형량을 일부 낮춰주는 대신 피고인이 혐의를 시인하는 방식이다.

테라USD는 원화나 달러 등에 가치를 연동한다는 이른바 스테이블코인으로, 2022년 초까지만 해도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관련된 루나코인의 연쇄 폭락과 함께 단기간에 50조 원 이상 투자자 손실을 입힌 바 있다. 이 사건은 신뢰 기반의 암호화폐 시장에서 구조적 결함과 규제 사각지대를 드러낸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는다.

권 씨의 유죄 인정은 테라 사태에 대한 법적 책임 소재 규명에 속도를 붙이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향후 암호화폐 규제 논의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은 최근 디지털자산 관련 규제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번 사건의 판결 결과가 국제적인 기준 마련에도 시사점을 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