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 851억 원 규모 XRP 내부 이체…시장 영향은 제한적

| 손정환 기자

한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1천억 원대 규모의 XRP가 한 번에 이동하며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블록체인 데이터에 따르면, 이 거래는 일반적인 외부 출금이 아닌 거래소 내부 지갑 간 이동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의 거래는 8월 13일 오전, XRP 1,900만 개가 '알 수 없는 지갑'으로 이동한 것으로 포착되며 논란이 시작됐다. 당시 거래 가치는 미화 6,132만 달러(약 851억 원)에 달했으며, 트래킹 플랫폼인 웨일알러트(Whale Alert)를 통해 즉시 공개됐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대규모 출금에 따른 매도 압력 또는 보안 이슈를 우려했지만, 이후 분석 결과 이는 업비트가 관리하는 서브월렛 간의 조정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업비트는 하루 평균 현물 거래량이 45억 7,000만 달러(약 6조 3,573억 원)에 달하는 대형 플랫폼으로, XRP는 전체 거래의 약 12%를 차지하며 활발히 거래된다. 이런 배경에서 고액 규모의 내부 정산은 일정 간격으로 반복되는 운영상의 일환일 수 있다. 특히 교환 지갑 간의 재배치는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출금 요청이나 지갑 관리 목적의 보안 강화, 유동성 배치 등을 고려한 사전 대응일 가능성이 높다.

체인 상 주소를 추적해 보면, 해당 거래는 하나의 메인 지갑으로 집금된 후 다시 수십 개의 소형 지갑으로 분배된 형태로 나타났다. 이는 거래소가 사용자 수요 변화에 맞춰 단기간 내 높은 유동성을 확보하거나, 콜드월렛 보관 정책에 따라 자산을 장기 보관처로 이동하는 전형적인 패턴이다.

이번 이동이 XRP의 시세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다. 해당 소식이 전해진 뒤에도 XRP는 3.27달러(약 4,545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8월 초 2.98달러(약 4,144원)까지 하락했던 흐름에서 다소 회복세를 보이는 등 일정한 박스권 내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업비트 내 XRP 매수 호가는 여전한 거래 강도를 보이고 있어 시장 유동성에는 큰 변동이 없는 상황이다.

한편, XRP는 한국 시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누리는 대표적인 종목 중 하나로, 이 같은 대규모 이동은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을 야기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거래소 운영 안정성 및 준비 태세를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사용자 자산의 투명한 관리와 보안 확보를 위함이라면, 이러한 내부 이체는 오히려 신뢰도를 높이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암호화폐 커뮤니티는 거래소 간 또는 내부 이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번 사례처럼 실질적인 외부 유출이 없는 경우에도 불필요한 패닉 매도 가능성을 유발할 수 있어, 향후 거래소들이 유사한 이체에 앞서 더 적극적인 설명이나 공시를 병행할 필요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