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트코인(BTC)의 상승세가 이전과는 다른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대형 자산운용사 피델리티 디지털 애셋(Fidelity Digital Assets) 리서치 부문 부사장 크리스 쿠이퍼(Chris Kuiper)는 현재 비트코인이 극도로 낮은 변동성 속에서 상승세를 이어가는 독특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쿠이퍼는 "지금의 비트코인 시장은 마치 탄력을 잃은 스프링 같다"고 분석했다. 이는 변동성이 장기적으로 억눌린 후 급격한 가격 변동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그는 또 다른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번 랠리는 단기간 급등보다는 안정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저변동성 시장 환경이라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비트코인의 역사적 패턴과는 상반된 양상으로, 이전 상승장들과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실제 데이터도 이러한 견해를 뒷받침한다. 쿠이퍼가 공유한 차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30일 변동성 지수는 3월 60% 이상에서 8월에는 약 20% 수준까지 크게 하락했다. 온체인 분석 업체 글래스노드는 옵션 시장에서도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의 내재변동성을 기록 중이라며, 이는 대규모 움직임의 전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조용한 상승이 이어지는 가운데, 갑작스러운 낙폭도 발생했다. 비트코인은 최근 사상 최고가인 12만 4,517달러(약 1억 7,301만 원)를 기록한 직후, 하루 만에 11만 8,000달러(약 1억 6,402만 원) 아래로 급락했다. 이는 미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가 정부 전략자산으로 비트코인을 매입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발언 직후 벌어진 일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도매 물가가 시장 기대를 웃도는 강세를 보이면서,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했고 위험자산 전반에 매도 압력을 가중시켰다. 비트코인뿐 아니라 나스닥, 기술주, 주요 암호화폐들도 일제히 약세를 보이며 금리 정책의 불확실성이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에는 제도권 금융의 참여가 늘어나며 비트코인 시장의 거시적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쓰리제이파트너스의 최고운영책임자 크리스토프 제퍼스(Kristoph Jeffers)는 “ETF와 기관 수요 확대가 비트코인 변동성을 뚜렷하게 줄였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비트코인의 새로운 시장 구조와 예상 밖의 안정세는 향후 가격 움직임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몇 주간의 추세 전환 여부에 따라 다음 랠리의 성격도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