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쉬, NYSE 상장 첫날 190% 폭등…암호화폐 기업 IPO 새 이정표

| 민태윤 기자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통해 공식 데뷔한 암호화폐 거래소 불리쉬(Bullish)가 첫날부터 시장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업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피터 틸(Peter Thiel)의 후원을 받은 이 거래소는 이번 기업공개(IPO)를 통해 초기 기업가치를 약 132억 달러(약 18조 3,480억 원)로 책정받으며 성공적으로 증시에 안착했다.

불리쉬는 지난주 거래 개시를 알리는 NYSE 오프닝 벨을 직접 울리고, 종목코드 ‘BLSH’로 첫 거래를 시작했다. 개장가는 90달러였으며, 한때 118달러까지 치솟은 후 68달러(약 9만 4,520원)로 조정된 상태다. 당초 28~31달러 수준으로 예측됐던 공모가는 이번 IPO에서 190% 이상 상승했다. 이로 인해 약 20만 3,000주의 주식을 매각해 총 11억 달러(약 1조 5,290억 원)의 자금을 유치하며 연내 가장 성공적인 상장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CEO에 오른 톰 팔리(Tom Farley)는 뉴욕증권거래소의 전직 사장으로, 전통 금융과 디지털자산 간의 가교 역할을 해왔다. 그의 리더십 아래 불리쉬는 코인베이스(Coinbase)에 이어 미국 내 두 번째로 상장에 성공한 암호화폐 거래소가 됐으며, 암호화폐 기업의 전통 증시 진입이 확대되는 흐름에 다시금 불을 붙였다.

이러한 성과는 미국 정부의 암호화폐 친화 정책과 시장 내 신뢰 회복 분위기 속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암호화폐 관련 규제 명확성을 높이려는 조치를 연이어 발표했으며, 기관 자금이 디지털자산으로 유입되는 상황 역시 상장 성공의 배경이 됐다.

한편, 불리쉬 외에도 주식시장에 입성한 다른 크립토 기업들의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 기업인 비트푸푸(BitFuFu)는 2024년 3월 SPAC 합병을 통해 나스닥에 상장했고, USD코인(USDC)을 발행하는 서클(Circle)은 69억 달러(약 9조 5,910억 원)의 기업가치로 NYSE에 입성했다. 또 다른 거래소 이토로(eToro)도 지난 5월 상장 이후 약 42억 달러(약 5조 8,380억 원) 규모의 몸값을 인정받은 바 있다.

이번 불리쉬의 상장은 암호화폐와 전통 금융 간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는 단적인 증거다. 주요 거래소들과 인프라 기업들이 연이어 증시에 진입하면서, 디지털자산이 더 이상 ‘투기성 자산’에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자본시장 내 주요 자산군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