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관·고래, 이더리움($ETH) 13억 달러 매입...장기 보유 전략 본격화

| 민태윤 기자

미국 내 기관 투자자들의 이더리움(ETH) 확보 경쟁이 다시 불붙었다. 최근 상장기업들이 잇따라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고래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수 움직임도 눈에 띄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지표 발표를 앞두고 자산시장 전반의 기대감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비트코인(BTC) 채굴 관련 상장사인 비트마인 이머전 테크놀로지(BitMine Immersion Technology)는 이번 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서 약 3,405억 원 규모(24억 5,000만 달러) 의 주식 매각을 통해 이더리움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비슷한 시기, 스포츠 베팅 기술 기업 샤프링크(SharpLink)는 약 540억 원(3억 8,900만 달러) 규모의 보통주 발행을 마무리하며 적극적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단순한 단기 투자 차원을 넘어, 장기적인 이더리움의 역할 변화와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다. 특히 기술 기업 중심으로 구성된 기업 이더리움 보유량 상위권에서는 핵심 암호자산을 전략적 자산으로 분류하고 장기 보유를 강화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같은 시기, 시장에서는 또 하나의 거대 고래 지갑 움직임이 포착됐다. 확인된 주소에 따르면 한 신규 고래 주소 그룹이 10개의 신규 지갑을 통해 약 1조 8,070억 원(13억 달러) 상당의 이더리움을 매입한 것이다. 이는 지난주 거래소 상장지수펀드(ETF) 유입 규모인 약 1조 3,900억 원(10억 달러) 을 웃도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기 급등 기대감보다는 거시적 환율·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장기 보유 관점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 및 고래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미국의 경제 기조 변화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지난달 7월 4일, 트럼프 대통령이 '원 빅 뷰티풀 빌(One Big Beautiful Bill) 법안'에 서명한 이후 미국 연방 부채는 약 5경 1,430조 원(37조 달러) 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재정 지출 확대가 경기 부양 기조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전망 속에서, 시장에선 연준의 양적완화 재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 분석가들은 향후 유동성 확대 정책 재개 시 비트코인의 상관계수에 근거해, 비트코인 가격이 약 1억 8,348만 원(13만 2,000달러) 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제시하고 있다. 이는 M2 통화공급량 증대와 암호자산 가격 간 상관관계를 반영한 추산이다.

전반적으로, 이더리움을 둘러싼 기관들의 매수 경쟁은 단기적인 트레이딩 전략보다는, 향후 경제정책 및 금리 흐름 변동에 대응하는 차원에서의 전략 자산 확보로 보인다. 고래들의 선택이 시장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만큼, 향후 글로벌 자금 흐름의 주요 축이 이더리움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