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젤렌스키 회담 앞두고 비트코인 급락…시총 하루 새 139조 원 증발

| 손정환 기자

비트코인(BTC)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장이 급락하며 전반적인 매도세가 짙어지고 있다.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의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회담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종결을 논의할 잠재적 전환점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시장은 외교적 결과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주말 내내 11만 7,500달러(약 1억 6,333만 원)선에서 횡보하던 비트코인은 19일(현지시간) 아침 급락세로 접어들며 11만 5,000달러(약 1억 5,985만 원)까지 밀려났다. 이는 지난 11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지난주 초 12만 4,500달러(약 1억 7,306만 원)까지 고점을 찍었던 비트코인은 이후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치를 웃돌며 약세 전환한 뒤, 연이은 지지선 붕괴로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단기간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청산이 이뤄졌다는 점도 하락 압력을 배가시켰다는 분석이다.

이더리움(ETH)도 예외는 아니다. 전일 대비 4.5% 떨어지며 4,300달러(약 597만 원)를 하회했고, XRP는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3.00달러(약 417만 원) 아래로 추락했다. 솔라나(SOL),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 수이(SUI), 에테나(ENA), 니어프로토콜(NEAR), 멘틀(MNT) 등도 일제히 급락하며 시장 전반의 매도 압력을 반영했다. 반면 체인링크(LINK)와 모네로(XMR)는 소폭 상승하며 희귀한 예외로 눈길을 끌었다.

트레이딩 플랫폼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암호화폐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1,000억 달러(약 139조 원)가 증발하며 3조 9,600억 달러(약 5,504조 원) 수준까지 좁아졌다. 비트코인의 도미넌스는 약 58%로 유지되고 있으나, 시장 점유율 상승이 반드시 강세 전환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경고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트럼프-젤렌스키 회담의 외교적 결과가 상징적으로나 실제 시장 흐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한다. 만약 회담에서 의미 있는 휴전 논의나 전쟁 완화 가능성이 떠오를 경우, 일부 투자자들이 안전자산 회귀로 돌아설 수 있다는 가설도 제기됐다. 반면 협상이 실패로 끝날 경우,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며 추가적인 위험회피성 매도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번 급락은 외부 변수에 대한 암호화폐 시장의 민감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시장은 당분간 회담 결과와 그 여파를 예의주시하며 방향성을 탐색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