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ETH), 4,200달러 붕괴 시 2.7조 청산 위기…ETF 매수와 기관 숏 충돌

| 손정환 기자

이더리움(ETH)이 4,200달러(약 5,838만 원)의 핵심 지지선을 시험받으며, 약 29억 원 규모의 레버리지 포지션 청산 위기를 맞고 있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이 가격대 붕괴 시 대규모 강제 매도 연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투자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암호화폐 분석 플랫폼 사이퍼X(Cipher X)는 이더리움이 4,200달러 이하로 하락할 경우 약 2억 달러(약 2,780억 원) 이상의 롱 포지션이 청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이더리움은 4,280달러(약 5,949만 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하루 동안 약 6% 하락했다.

해당 가격대에는 다수의 청산 지점이 몰려 있는 상황이다. 바이낸스에서는 약 5218만 달러(약 726억 원), OKX에서 2,156만 달러(약 299억 원), 바이비트에서는 2,359만 달러(약 328억 원) 규모의 레버리지 포지션이 청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사이퍼X는 “4,200달러 선이 무너질 경우, 거래소 전반에서 강제 매도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시장 흐름을 좌우할 수 있는 주요 경제 이벤트도 겹치고 있다. 이번 주에는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연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공개, 미국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발표 등이 예정돼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간 회담도 동시 진행돼 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이러한 거시경제 이벤트 속에서도 이더리움의 기술적 흐름은 변곡점에 놓여 있다. 최근 주봉 마감을 4,000달러(약 5,560만 원) 선에서 성공하며 상승 추세 유지 가능성을 보였지만, 하방 압력도 만만치 않다. 애널리스트 레너트 스나이더는 “3,490달러(약 4,851만 원) 이상에서 움직이면 여전히 상승 추세가 유효하다”며 “4,000달러를 지지선으로 전환하면 매우 강세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저항선 역시 뚜렷이 형성돼 있다. 단기 저항은 4,550~4,571달러(약 6,325만~6,355만 원) 구간이며, 강한 상승 시에는 4,780달러(약 6,644만 원) 돌파 이후 최대 5,000달러(약 6,950만 원) 도달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와 같은 하락 가능성 속에도 이더리움에 대한 기관 숏 포지션이 CME 선물 시장에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반면, ETF는 현물 누적 매수를 이어가며 선물 시장과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괴리 현상은 갑작스러운 숏 커버링, 이른바 ‘쇼트 스퀴즈’를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더리움은 기술적 지표와 매크로 변수 모두 예민하게 반응할 구간에 도달했다. 거대한 청산 지뢰 밭 위에서 ETF의 현물 매수와 기관의 대규모 숏 베팅이 충돌하며, 향후 며칠 동안 급격한 가격 변동이 예상된다. 지금은 리스크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