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XRP) 파생시장, 3만%대 청산 불균형…과도한 롱 베팅이 '부메랑'

| 손정환 기자

리플(XRP) 파생상품 시장에서 유례없는 청산 불균형 현상이 발생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데이터 플랫폼 코인글래스(CoinGlass)에 따르면, 단 1시간 만에 롱(매수)과 숏(매도) 포지션 사이에 무려 3만 2,474%에 달하는 비정상적 청산 비율이 기록됐다. 특히 손실의 대부분은 상승에 베팅한 롱 포지션에서 발생해 투자자들의 충격을 더했다.

해당 시간 동안 청산된 롱 포지션 규모는 약 126만 달러(약 17억 5,140만 원)로 파악된 반면, 숏 포지션 청산은 3,880달러(약 540만 원)에 머물렀다. 투자자 상당수가 과도하게 레버리지를 활용한 롱 포지션에 몰린 결과, 가격 반락에 따른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이러한 사태는 전체 암호화폐 시장의 급락 속에서 일어났다. 같은 시기 이더리움(ETH)은 6% 이상 하락했고, 솔라나(SOL)도 비슷한 낙폭을 보였으며, 비트코인(BTC)까지 약 2% 밀렸다. 글로벌 기준으로 하루 동안 총 청산 규모는 5억 5,200만 달러(약 7,660억 원)를 넘었고, 이 가운데 이더리움만 1억 7,400만 달러(약 2,414억 원)어치가 롱 포지션에서 증발했다.

하지만 XRP의 경우, 통상적인 청산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부분의 거래 세션에서는 롱과 숏 간의 어느 정도 균형이 유지되지만, 이번에는 극단적으로 롱에 쏠린 포지션이 가격 하락과 함께 무너진 것이다. 이는 시장의 과도한 낙관론이 단기적으로 위험 신호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18일 기준으로 XRP 가격은 2.94달러(약 4,090원)를 기록하며 전일 대비 5.7% 하락했다. 이는 저점인 2.92달러(약 4,060원)를 간신히 지켜낸 수치다.

현 상황이 일시적 조정 이후의 반등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추가 하락세의 신호일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다만, XRP 파생시장 내 오버레버리지 청산 규모가 대폭 줄어든 상태라는 점에서 단기적으로는 포지션 재정비의 시간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거래자들은 다음 시장 흐름에서 마진 거래 비중과 변동성 확대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