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경제학자들이 스테이블코인(가격이 고정된 디지털 자산)의 이자 지급을 법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이들은 무분별한 이자 경쟁이 스테이블코인 전체 시장의 불안정성과 비효율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5년 8월 18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세계경제학자대회(ESWC)에서는 "전염되는 스테이블코인?"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취리히연방공대 경제연구소 소속 한스 게르스바흐 등이 이 같은 주장을 내놨다. 특히 이들은 스테이블코인 간에 이자 지급 경쟁이 벌어질 경우, 어떤 발행자도 이자 지급을 멈출 수 없게 되어 결국 전체 시장의 안정성을 해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스테이블코인은 일반적으로 달러나 유로 같은 법정화폐에 연동(페그)된 가치를 유지하는 디지털 화폐로,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아 결제나 저축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일부 발행 사업자가 투자자 유치 경쟁을 위해 스테이블코인에 이자를 붙이기 시작하면, 이를 따라야 하는 시장 구조가 생기고 이는 시장 전반의 리스크를 키우게 된다는 것이다. 발표자들은 이자 지급 방식이 마치 감염병처럼 확산하는 '전염성'을 띨 수 있다고 표현했다.
한편 미국 통화감독청(OCC)의 경제학자 라샤드 아흐메드 등은 이번 학술대회에서 "공적 정보와 스테이블코인 런"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의 페그가 유지되려면 발행 업체가 보유한 준비금(현금, 예금, 유가증권 등)의 구조와 변동성, 그리고 투명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준비금 정보를 공개한다고 해서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2023년 3월, 주요 스테이블코인인 USDC(서클사 발행)가 실리콘밸리은행에 33억 달러의 준비금을 예치한 사실을 공개하자, 시장의 불안이 증폭되며 USDC의 가치는 오히려 하락한 바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규제 필요성은 이미 여러 금융당국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논의돼 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과거 미국의 자유은행 시대(19세기 중반, 누구나 은행을 설립하고 제한 없이 화폐를 발행할 수 있었던 시기)를 언급하며, 현재의 스테이블코인 상황을 무규제 상태로 방치할 경우, 금융 시스템에 불안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 같은 논의는 스테이블코인을 미래의 금융 인프라로 편입시키기 위한 선제적 제도 설계로 해석할 수 있다. 당장 규제 도입이 어렵더라도 정책 당국이 위험 요인을 사전에 진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글로벌 공조 기반의 규제 틀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