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스테이블코인 규제 본격 추진…“통화 주권 지켜야”

|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와의 공조를 예고하면서, 통화 주권을 지키기 위한 제도 정비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 총재는 2025년 8월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해외 소재 기관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실제 통화에 가치를 연동시킨 암호자산)의 국내 유통에 대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반드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이 이들 자산의 적용 범위를 엄격히 제한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유사한 통제 방안이 필요하다는 국회의 지적에 대한 답변이었다.

최근 전 세계 금융당국은 스테이블코인이 자국 통화 정책을 위협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규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지니어스법을 통해, 일본은 자금결제법을 통해, EU는 미카(MiCA, 암호자산시장 규제법) 제도를 통해 자국 내에서 외국계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유통 자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거나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아직 명확한 법적 테두리가 없는 상황이다.

이날 회의에선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미 국내 거래소 등에서 USDT, USDC와 같은 미국 달러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유통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규제를 준비하는 움직임이 너무 늦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 역시 “늦은 측면이 있다”며 사실상 현재 제도적 공백을 인정했다. 그는 또한 “EU의 미카 법안과 같은 수준의 규제가 가능한지 조사 중”이라고 언급하며, 글로벌 기준과의 정합성 확보를 검토 중임을 시사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대체로 미국 달러나 유로화 등 주요 법정통화에 연동돼 가격 변동성이 낮은 특성이 있지만, 발행 주체와 유통 메커니즘이 해외 기반인 경우, 자국 통화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돼 왔다. 특히 국내 지급 결제 시스템과 연결되거나 통화 대체 현상이 발생할 경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실효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기조에 따라 정부와 한국은행이 조만간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지위와 유통 제한 수준 등을 포괄하는 규제 방안을 마련할 가능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향후 논의가 디지털자산 기본법 등의 입법 과정과 맞물리면서, 국내 암호자산 시장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