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하루에 15억 달러 차익 실현…장기보유자 대규모 매도

| 손정환 기자

암호화폐 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주요 자산 보유자들이 대규모 차익 실현에 나섰다. 온체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 달 이상 코인을 보유했던 장기 투자자들이 지난 몇 주간 총 약 3조 8,920억 원(2억 8,000만 달러) 규모의 수익을 실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최고가와 맞물려 시장에 단기적인 매도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업체 글래스노드(Glassnode)는 비트코인(BTC)이 7월 18일 하루 동안에만 약 2조 850억 원(15억 달러)의 수익 실현을 기록하며 지난해 12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더리움(ETH)은 8월 16일 기준 약 7,990억 원(5억 7,500만 달러)의 차익 실현이 일어나며, 이번 시장 순환 사이클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찍었다.

이 같은 흐름은 다른 주요 알트코인에도 나타났다. 솔라나(SOL)는 8월 17일 하루 동안 약 1,460억 원(1억 500만 달러)이 넘는 차익 실현이 발생했고, XRP의 경우 7월 24일 약 5,210억 원(3억 7,500만 달러)어치의 수익이 실현되며 지난해 말 랠리를 연상케 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글래스노드는 "이는 숙련된 투자자들이 상승기의 정점에서 이익을 고정하기 위한 전략적 매도"라고 분석했다.

시장 심리도 동시에 얼어붙고 있다. 분석 플랫폼 산티먼트(Santiment)에 따르면, 비트코인을 향한 투자자들의 SNS 감정지수는 6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런 '공포 구간'은 과거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질 때 반등 국면이 자주 출현했던 시점을 연상케 한다.

단기 보유자들과 장기 투자자 간의 차이도 극명하게 나타났다. 크립토퀀트(CryptoQuant)에 따르면, 올해 들어 처음으로 5개월 미만 단기 보유자가 손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는 시장에서 손바뀜이 일어나면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트론(TRX)은 차별화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장기 투자자들이 최근 대규모 수익을 실현했음에도 불구하고, 단기 보유자들이 30% 이상의 수익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향후 상승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비트코인이 8월 초 이후 처음으로 약 1억 5,707만 원(11만 3,000달러) 아래로 하락하고, 이더리움 또한 약 5,838만 원(4,200달러) 선을 내준 상황에서, 시장 전반은 조정 국면으로 접어든 모습이다. XRP는 지지선인 3달러(약 4,170원) 아래로 밀렸으며, 에이다(ADA)는 하루 만에 8% 급락해 약 1,180원(0.85달러)까지 하락했다.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단 하루 만에 약 97조 3,000억 원(700억 달러) 넘게 증발했다.

이처럼 장기 보유자들의 이익 실현과 단기 매도세가 맞물리며 시장은 변곡점을 맞고 있다. 다만, 역사적 흐름을 감안하면 이러한 '두려움의 순간'이 새로운 진입 기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에게 "지금은 전략적 접근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