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클보스 형제, 트럼프 지지에 비트코인 2,100만 달러 '정치 베팅'…친 크립토 규제 추진

| 서지우 기자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의 공동 창업자인 카메론 윙클보스와 타일러 윙클보스 형제가 트럼프 대통령의 친 크립토 정책을 지지하기 위해 공화당에 유리한 의회 구성에 힘을 보탰다. 이들은 최근 디지털 프리덤 펀드(Digital Freedom Fund)라는 정치활동위원회(PAC)에 비트코인(BTC) 188개, 약 2,100만 달러(약 291억 9,000만 원) 상당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타일러 윙클보스는 X(구 트위터)를 통해 해당 기부 사실을 알리면서, 이 자금이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의 암호화폐 정책을 뒷받침하고, 2026년 미국 중간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해 친 크립토 방향의 입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디지털 자산과 블록체인 산업을 제약하는 세제 문제와 크립토 시장 구조개편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윙클보스 형제는 디지털 프리덤 펀드가 비슷한 성향의 친 크립토 단체들과 협력해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자산에 대한 '소액 수익 비과세 조항 도입' 등 규제 개선 이슈를 적극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는 공개적으로 말하는 내용과 비공식적인 입장이 언제나 동일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기여는 2026년 11월 예정된 미 연방 선거를 1년 이상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민주당은 2024년에 대통령과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공화당에 넘겨준 이후 권력 복귀를 노리고 있고, 친 트럼프 진영은 이러한 정책 전환의 기회를 선점하고자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디지털 프리덤 펀드는 지난 7월 11일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됐으며, 재무 책임자는 다양한 정치활동조직에서 활동한 잔나 러틀랜드로 알려졌다. 이 조직은 과거 공화당 대선 경선에 출마했던 비벡 라마스와미와도 연결된 비영리단체와 관계가 있는 인물이다.

윙클보스 형제는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2024년 대선 캠프에 약 200만 달러(약 27억 8,000만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기부한 바 있으며, 이번 2,100만 달러 기부는 비트코인 최대 발행량(2100만 개)과 연관된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은 또한 '페어셰이크(PAC)'에 개인 자금으로 약 500만 달러(약 69억 5,000만 원)를 기부했으며, 해당 조직은 2024년 의회 선거에서 친 크립토 성향 후보들을 지원하고 반대 진영을 견제하기 위해 약 1억 3,000만 달러(약 1,807억 원)를 투입했다. 이 단체는 2026년 선거를 겨냥해 1억 4,100만 달러(약 1,961억 원)의 자금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정계 투자를 바탕으로 윙클보스 형제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은 대선 당선 이후 백악관 주관의 암호화폐 서밋에 초청받았으며, 지난 3월에는 제정된 미국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GENIUS법) 서명식에도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감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더해 윙클보스 형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과 거래 관계가 있는 미국 내 암호화폐 채굴 기업 '아메리칸 비트코인'에 투자하며 정치적 지지와 경제적 이해관계를 더욱 공고히 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