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인플레이션 잡는 새 통화 실험 되나

| 연합뉴스

암호화폐 시장에서 실물 자산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되면서, 기존 통화 시스템의 안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NH투자증권은 스테이블코인이 예상외로 통화량 증가를 억제하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스테이블코인은 특정 실물 자산을 기반으로 가치를 유지하는 암호화폐다. 대표적으로 미국 달러에 연동된 테더(USDT), 유로나 금에 기반한 여러 형태가 있으며,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성이 적어 결제와 송금 수단으로 주목받아왔다. NH투자증권의 김용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러한 스테이블코인의 작동 원리를 19세기 중반 미국의 자유은행 시대와 비교했다. 당시에는 민간 은행들이 금을 담보로 자체 화폐를 발행하던 시기로,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만들어진 이후보다 인플레이션이 낮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김 연구원은 당시처럼 발행 주체 간의 경쟁이 담보 자산의 안정성과 발행량 조절을 유도한 것처럼, 스테이블코인도 유사한 기제에 의해 인플레이션 억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는 자산 담보에 대한 신뢰가 유지되고, 과도한 발행이 자제된다는 전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경제적 측면에서 스테이블코인은 화폐 유통 속도를 높이며 결제 효율성에 기여할 수 있다. 실제로 거래 수수료를 줄이고 결제 시간이 단축되기 때문에, 이는 전통적인 화폐 수량 이론(명목 국내총생산은 통화량과 화폐유통속도의 곱이라는 방정식)에서 경제 활동을 촉진하는 요소가 된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이 은행 예금을 대체할 경우 화폐 승수(중앙은행 기초 자금이 시중에 몇 배로 공급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가 낮아져 전체 통화량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반된 효과가 맞물려, 명목 GDP의 변동성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미국 정부는 최근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국제 경쟁력과 미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러한 국제 흐름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원화를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을 추진해야 한다는 논의가 확산 중이다. 특히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 강화와 자국 통화의 디지털 확장을 목표로 중앙은행이 중심에 서는 디지털화폐(CBDC)와의 차별점 및 공존 방안도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가상자산의 투기적 측면보다는 실물 경제와 연결된 화폐 시스템의 진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향후 각국의 금융당국이 스테이블코인을 어떻게 제도권에 편입시키느냐에 따라 국제 금융질서의 균형도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