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부호들, 암호화폐에 5% 이상 투자…1,390억 원 자금 유입

| 민태윤 기자

아시아의 부유한 가문들과 패밀리오피스들이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전체 포트폴리오의 약 5%를 암호화폐 자산에 배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홍콩, 중국 본토를 중심으로 고액 자산가들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넥스트젠 디지털 벤처(NextGen Digital Venture)를 창업한 제이슨 황(Jason Huang)은 최근 출시한 롱숏 크립토 주식 펀드에서 불과 몇 달 만에 1억 달러(약 1,390억 원) 이상을 모집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전 펀드를 통해 2년도 채 되지 않아 375%의 수익률을 기록한 바 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 역시 중국 본토 기반 일부 패밀리오피스가 그 중심에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2세, 3세 경영자들이 암호화폐와 디지털 자산에 관심을 보이며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게 했다.

암호화폐 시장의 유입 확대는 거래소 지표에서도 나타난다. 홍콩의 해시키 거래소(HashKey Exchange)는 2025년 8월 기준 등록 사용자 수가 전년 대비 85% 급증했다고 밝혔고, 크립토퀀트(CryptoQuant)의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 내 3대 거래소의 거래량은 올해 들어 17% 증가했으며, 평균 일일 거래량은 20% 이상 늘었다.

지금까지 아시아 지역 암호화폐 열풍은 대체로 개인 투자자 중심이었다.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에 따르면 2023년 중반부터 2024년 중반까지 중앙·남부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CSAO) 지역은 7,500억 달러(약 1,042조 5,000억 원)에 달하는 암호화폐 유입을 기록했으며, 대부분이 1만 달러 이하 규모의 소액 거래였다. 인도는 거래소 이용 규모에서 세계 1위에 올랐으며,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필리핀 역시 디파이 및 송금, P2E 게임을 통해 빠르게 확산 중이다.

싱가포르도 주목할 만하다. 2024년 2분기 기준, 이 나라 상점들은 약 10억 달러(약 1조 3,900억 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결제수단으로 수용했으며, 스테이블코인 거래가 눈에 띄게 활발했다.

반면, 동아시아는 뚜렷이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이 지역에는 약 4,000억 달러(약 556조 원) 규모의 자금이 암호화폐로 유입됐으며, 이는 개인이 아닌 전문가 및 기관의 활동에 의해 주도됐다. 특히 자산 보호 수단으로 암호화폐를 선택하는 부유층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한국은 이 지역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1,300억 달러(약 180조 7,000억 원)의 유입액을 기록했다. 주된 거래는 알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전문 거래자들에 의해 이뤄졌으며,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차익 거래가 큰 역할을 했다.

홍콩은 연간 85.6%의 성장을 기록하며 가장 빠른 상승세를 보였고, 전체 유입의 40% 이상이 스테이블코인 거래였다. 특히 지난 4월 승인된 비트코인(BTC) 및 이더리움(ETH) 현물 ETF 6종은 기관 자금 유입을 촉진하고 직접 보유 흐름으로의 전환을 견인한 주요 요인이 됐다.

이번 변화는 아시아의 암호화폐 시장이 단순한 소매 투자 중심에서 한 단계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액 자산가와 기관의 유입은 시장의 성숙도를 높이는 동시에, 보다 전략적인 포트폴리오 다변화 수단으로서의 암호화폐 가능성을 부각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