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비트코인으로 아파트 임대 가능…암호화폐 실생활 결제 본격화

| 민태윤 기자

두바이에서 비트코인(BTC) 으로 아파트 임대가 공식적으로 가능해졌다. 현지 정부가 도입한 명확한 규제체계 덕분에, 거주자는 중앙은행 및 가상자산 당국이 승인한 채널을 통해 암호화폐로 임대료를 지불할 수 있다. 이는 두바이가 전 세계 부동산 시장에서 암호화폐 혁신의 전초기지로 자리를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두바이 토지부(DLD), 아랍에미리트 중앙은행(CBUAE), 두바이 가상자산규제청(VARA)이 공동으로 마련한 프레임워크다. 전체 임대 계약서와 자산 기록은 디르함(AED) 기준으로 작성해야 하지만, 비트코인으로 지불한 임대료는 안정적인 환율로 AED에 전환된다. 이때 사용되는 환전 채널은 VARA 또는 CBUAE가 직접 인가한 플랫폼으로 제한된다. 덕분에 임차인은 자금세탁방지(AML) 및 고객확인(KYC) 요건을 준수하면서도 빠르고 저렴하게 거래를 완료할 수 있다.

암호화폐 결제를 허용하는 집주인은 아직 소수지만,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두바이 현지 부동산 플랫폼인 Property Finder UAE는 2024년 기준 암호화폐 임대 문의가 전년 대비 50%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투자 목적이 강한 해외 거주자들이 빠른 거래 속도와 낮은 수수료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이에 따라 VARA는 모든 가상자산 결제 프로세서와 수탁 서비스 제공자를 대상으로 엄격한 인가 절차를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단순한 실험에 그치지 않는다. 2025년 기준 두바이의 미분양 부동산 거래 약 3%가 암호화폐로 마감됐으며, 같은 인프라를 활용해 아파트 임대 역시 가능한 상황이 됐다. 두바이 토지부는 최근 XRP 원장(Ledger) 기반 토큰화(Tokernization) 플랫폼 ‘Prypco Mint’를 출범시켰다. 이 플랫폼을 통해 일반 투자자도 부동산에 소액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첫 출시 물량은 5분 만에 완판됐다. 실제 사례로, 두바이랜드에서 78만8,000디르함(약 2억 9,293만 원) 규모의 빌라가 Prypco Mint를 통해 169명의 국제 투자자에게 분할 소유제로 판매됐다.

거래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암호화폐를 받아들이는 집주인을 찾는 것은 더 이상 어렵지 않다. 예를 들어, BaanCoin 같은 플랫폼에선 비즈니스베이, 다운타운, 두바이 마리나, JVC 지역에 걸쳐 220여 채의 임대 아파트가 비트코인으로 등록돼 있다. 스튜디오 및 원베드룸 기준 임대료는 월 0.007 BTC(약 639만 원)에서 0.022 BTC(약 2,009만 원)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다.

물론 가격 변동성과 제한된 수용성은 여전히 위험 요소다. 그러나 AED 기반 고정 가격제, 내국 통화 중심의 계약 제도, 면허기업을 통한 중개 시스템이 리스크를 현저히 줄여주고 있다. 특히 오는 8월부터 모든 암호화폐 기반 계약에 대해 공식적인 KYC와 AML 절차가 의무화되면서, 새로운 신뢰 모델이 시장에 자리 잡고 있다.

두바이는 이제 부동산 시장에서 비트코인을 실생활 결제 수단으로 정착시키려는 대표 도시로 손꼽히고 있다. 향후 이 모델이 다른 도시로 확산될 경우,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서 암호화폐의 쓰임새는 더욱 현실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