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깨어난 비트코인 고래, 16조 원 규모 자산 전량 이더리움으로 이동

| 손정환 기자

수년간 잠잠했던 비트코인(BTC) 고래 지갑이 7년 만에 대규모 활동을 재개하며, 보유 자산을 전량 이더리움(ETH)으로 전환한 사실이 알려져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번 전환은 단순한 차익 실현을 넘어, 투자 전략의 근본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시장 분석 플랫폼 룩온체인(Lookonchain)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어떠한 움직임도 없던 한 비트코인 지갑이 최근 갑작스럽게 활동을 재개했다. 해당 지갑은 과거 100,784 BTC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는 현재 시세 기준 약 8조 9,408억 원(642,000,000달러)에 달하는 규모다. 이들은 이 자산을 전량 매도하고, 62,914 ETH(약 3,711억 원)를 구매하는 데 사용했다. 여기에 더해 총 135,265 ETH(약 7,975억 원) 규모의 롱포지션까지 개설하며 이더리움에 대한 투자 비중을 대폭 늘렸다.

이 움직임은 단독 사례에 그치지 않았다. 추가적으로 2018년부터 활동을 멈췄던 또 다른 지갑도 최근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매도한 뒤 ETH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갑은 당시 85,947 BTC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는 현재 시세로 약 7조 4,391억 원(547,000,000달러) 상당에 이른다. 룩온체인은 이 두 지갑이 같은 주체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처럼 장기 보유자들이 비트코인을 처분하고 이더리움으로 갈아타는 현상은 최근 ETH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급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이더리움은 2025년 들어 60%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강세장을 주도하고 있다. 현재 가격은 약 4,300달러(약 597만 원) 수준으로, 최근 고점이었던 4,700달러(약 653만 원) 대비 8.5% 하락한 상태다.

기관투자자들의 움직임도 이더리움 강세에 힘을 싣고 있다. 대표적으로 톰 리(Tom Lee)의 비트마인(BitMine)이 운용 중인 ETH 트레저리는 약 1.5백만 개 이상의 ETH를 보유 중이며, 블랙록($BLK)의 iShares 이더리움 트러스트 ETF는 3.54백만 개 이상의 ETH를 운용하고 있다. 이 둘을 포함한 이더리움 기반 트레저리 및 ETF에서 관리 중인 ETH는 약 44조 5,600억 원(44,000,000,000달러)에 달하며, 이는 전체 유통량의 9%에 해당한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례는 단순한 이익 실현이 아니라, 장기 투자자들 역시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자산 구성을 조정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더리움이 디지털 자산 생태계 내에서 독립적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으며, 비트코인을 단순 저장 수단이나 가치 보존 자산으로만 보던 시선이 재조정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트코인의 오랜 신봉자조차 ETH로 전략을 전환한 이번 움직임은,두 자산 간의 위상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ETH의 성장세가 지속될 경우, 향후 디지털 자산 시장 내 주도권 지형 또한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