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신중한 기조 전환을 시사하면서, 오는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급부상했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을 비롯한 주요 암호화폐 가격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잭슨홀 경제 심포지엄 연설에서 구체적인 금리 인하 시점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물가 압력 완화와 경제 성장 둔화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를 반영하듯 예측시장 플랫폼 폴리마켓(Polymarket)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들은 9월 기준금리 25bp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확률은 78%까지 상승한 상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꾸준히 요구해왔던 금리 인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면서, 연준의 통화정책에도 정치적 압박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월 의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발언은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암호화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BTC는 발표 직전 112,000달러(약 1억 5,568만 원)대에서 연설 이후 117,000달러(약 1억 6,263만 원)까지 반등했다가 소폭 조정됐으며, ETH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바이낸스코인(BNB) 역시 강세 흐름에 동참해 주요 코인들이 일제히 상승했다.
레드스톤(RedStone)의 공동 창업자인 마르친 카지미에르착(Marcin Kazmierczak)은 “파월 의장이 긴축 완화의 문을 열었지만, 무역관세 등이 촉발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강조한 점은 급진적 인하는 어렵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며 “이런 점진적 접근 방식은 리스크 자산인 이더리움에 유리한 시장 조건을 만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ETH는 과거와 달리 BTC보다 강한 상승세를 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올해 비트코인이 수차례 신고점을 경신한 반면, ETH는 최근에서야 본격적인 상승 흐름에 진입해 향후 추가 랠리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카지미에르착은 “만약 연준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점진적인 완화를 단행한다면, ETH는 4,800~5,000달러(약 6,672만~6,950만 원) 저항구간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단순히 정책 기대감만으로는 상승이 이어지기 어렵고, 이더리움 생태계 내 실질적인 채택과 사용례 증가가 뒤따라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주목할 변수는 다음 달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다. 시장은 이번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설지 여부와 그 기조의 강도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금리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ETH와 같은 스마트컨트랙트 기반 자산들의 강세 흐름은 더욱 본격화할 수 있다.
정치와 거시경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현재 국면에서, 암호화폐는 단순한 기술 자산을 넘어서 글로벌 유동성 흐름에 민감하게 연동되고 있다. 9월 FOMC의 한 마디가 BTC·ETH는 물론, 전체 시장 방향을 좌우할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