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2만4천 개 던진 고래…27조 원 증발, 시장 대혼란

| 손정환 기자

암호화폐 시장이 또 다시 큰 폭의 조정을 맞았다. 비트코인(BTC)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매도세 속에서, 약 27조 원 규모의 자금이 하루 만에 증발하며 전체 시가총액은 약 5,340조 원 수준까지 급격히 후퇴했다.

이번 하락의 방아쇠 역할을 한 것은 비트코인 고래의 대량 매도였다. 아시아 시장 개장 직후 한 투자자가 무려 2만 4,000 BTC(약 3조 7,530억 원)를 시장가에 쏟아내며, BTC 가격은 7주 만에 가장 낮은 10만 9,000달러선(약 1억 5,151만 원) 아래로 밀렸다. 이로 인해 20만 5,000명 이상의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강제 청산당했고, 하루 청산 규모만 9억 3,000만 달러(약 1조 2,927억 원)에 달했다.

온체인 애널리틱스 업체 글래스노드(Glassnode)는 이로 인해 최근 1~3개월간 BTC를 매수한 투자자의 평균 매입가인 11만 800달러(약 1억 5,012만 원)가 다시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역사적으로 해당 수준은 강세장 지속 여부를 가르는 주요 지지선으로 작용해 왔으며, 이를 지켜내지 못할 경우 수개월에 걸친 추가 하락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트코인의 하락폭은 최고점 대비 12% 수준에 그쳤지만, 알트코인들은 그보다 더 심한 타격을 입었다. 솔라나(SOL)는 11% 급락해 186달러(약 25만 8,540원) 선으로 밀렸고, 도지코인(DOGE)은 10%나 하락해 0.21달러(약 292원)를 기록했다. 에이다(ADA)와 체인링크(LINK) 역시 각각 9%, 11% 급락했다. 이더리움(ETH)은 하루 만에 7%가 빠졌고, 사흘 전 고점 대비로는 11% 넘게 하락했다.

이번 급락은 시장 전반에 걸쳐 레버리지 롱 포지션 중심으로 청산 물량이 쏟아진 결과로 분석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주요 거래소들이 고의적으로 자산을 매도하며 롱 포지션을 유도 청산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 8월 14일 고점을 기점으로 시장은 이미 9% 이상 조정을 맞은 상태였으며, 이번 하락은 그 연장선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 분위기가 극도로 위축된 가운데, 미국 암호화폐 자산운용사 비트와이즈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매트 호건(Matt Hougan)은 "하락장에서 매수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도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라며, "시세가 빠져야 매수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도 막상 조정이 오면 더 빠질까 봐 망설이는 것이 투자자 심리"라고 조언했다.

이번 조정이 과거 강세장의 전환점과 유사한 흐름으로 이어질 경우, 9월 중 추가 하락을 통해 BTC 가격이 8만 7,000달러(약 1억 2,093만 원) 수준까지 밀릴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전체 하락폭은 2017년과 2021년 강세장 중 각각 36%, 24%에 비하면 여전히 안정적인 수준이다.

비트코인과 주요 암호화폐 시장은 여전히 6주간의 박스권 내 변동성에 머무르고 있지만, 이번 고래 매도 사태가 시장 심리에 미칠 파장은 장기적으로 분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