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ETH), 9억 달러 유입…기관 러시 속 시장판도 'BTC → ETH' 이동

| 손정환 기자

이더리움(ETH)으로 자금이 빠르게 이동하며 시장에 새로운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비트코인(BTC)에서 시작된 차익실현 매물이 늘어나는 반면, 이더리움은 기관 중심의 매수세에 힘입어 회복 국면에서 더 빠른 탄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암호화폐계의 저명한 분석가 윌리 우(Willy Woo)는 “자금이 BTC에서 ETH로 확실히 방향을 틀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가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이더리움으로 유입되는 일일 자금 규모는 9억 달러(약 1조 2,510억 원)에 달하며, 이는 비트코인 유입액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특히, 유명 애널리스트 톰 리(Tom Lee)가 운영하는 이더리움 재무 기업 ‘비트마인(BitMine)’이 대규모 매집을 시작한 7월부터 이러한 흐름은 더욱 뚜렷해졌다. 현재 비트마인은 약 170만 ETH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는 시가 79억 달러(약 10조 9,810억 원)에 달하는 규모로 전체 이더리움 공급량의 1.4%에 해당한다.

기관 수요 역시 급증 중이다. 미국 현물 ETF 시장에서만 8월 들어 이더리움 관련 펀드로 28억 달러(약 3조 8,920억 원)가 유입되었고, 이번 주 들어 이러한 흐름은 더욱 가속화됐다. 동시에 기업들의 이더리움 보유량이 비트코인 보유량을 추월하는 현상도 발생했다. 이더리움이 '기업 투자 대상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차트 분석에서도 상승 전망은 유효하다. 암호화폐 기술 분석가 액셀 비트블레이즈(Axel Bitblaze)는 이더리움이 지난 4년간 이어진 상승 패턴 ‘불리시 메가폰’을 돌파하며 정석적인 되돌림 과정을 마쳤다고 전했다. 그는 “현 구조가 6,800~7,000달러(약 9,450만 원~9,730만 원)선까지의 추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더리움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 4개월 동안 두 배 이상 증가해 현재 14.57%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비트코인은 6월 고점 이후 점유율이 66%에서 58%로 하락했다. 이는 단순 가격 상승을 넘어, 자산 선호의 무게추가 ETH로 이동 중임을 시사한다.

가격 흐름만 놓고 봐도 ETH는 비트코인 대비 뚜렷한 회복 속도를 보였다. 이더리움은 수요일 기준 하루 동안 4%가 상승하며 4,638달러(약 6,452만 원)의 고점을 찍었다. 반면 비트코인은 같은 기간 1%대 상승에 그치며 11만 2,000달러(약 1억 5,568만 원)선을 유지했다가 다시 소폭 하락한 상태다. 이더리움은 현재 전고점 대비 6.7%밖에 떨어지지 않은 수준까지 바짝 좁혀왔다.

전문가들은 최근 투자자들의 반응이 여전히 조심스러운 이유를 ‘약세장 트라우마’로 분석하지만, 시장 내부의 핵심 변수는 조금씩 회복 국면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더리움 중심의 자금 흐름 가속화가 향후 알트코인 시즌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