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에서 기관 투자자들이 개인 투자자와 전혀 다른 게임을 하고 있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토큰 초기 물량을 시가 대비 30% 수준의 대폭 할인된 가격에 OTC(장외 거래) 방식으로 확보한 뒤, 동일한 수량을 퍼페추얼 선물 시장에서 공매도하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두 자릿수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군더더기 없는 구조를 활용 중이다.
시장 조성업체 엔플럭스(Enflux)의 공동 창업자 옐레 부트(Jelle Buth)에 따르면, 이 같은 구조를 활용할 경우 토큰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관계없이 투자 수익은 연 환산 기준으로 최대 120%에 이를 수 있다. 약 3~4개월의 락업 기간을 조건으로 장외에서 물량을 할당받은 뒤, 공매도를 통해 손실 리스크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가격 하락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사실상 무위험 수익 모델이 가능해진다.
부트는 “엔플럭스 역시 이러한 거래 구조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밝히며, “이는 프로젝트 입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인 동시에, 투자자에게는 확정 수익을 보장하는 매력적인 구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전략의 이면에는 위험을 떠안는 개인 투자자의 존재가 있다. 기관이 헤지 거래와 물량 언락을 감행할 때, 유통 시장에서는 매도 압력이 발생하고, 이런 흐름에 노출되는 쪽은 항상 개인 투자자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부트는 “나는 절대 개인 투자자가 되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기관과 펀드, 마켓메이커들이 내부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며 구조화된 거래를 집행하는 동안, 이 구조에 접근하지 못하는 개인은 시장의 파편만 감당하게 되는 불공정한 구도가 지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