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반의 P2E(플레이 투 언) 게임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원화로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논의되면서 관련 게임들이 재조명받고 있지만, 국내외 게임 시장의 현실과는 온도 차가 상당하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는 디지털자산기본법안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했다. 이 법안의 3조에는 게임을 통해 얻은 아이템이나 재화는 디지털 자산에서 제외하되, 거래소에서 거래 가능한 경우 대통령령으로 예외를 둘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정부 시행령에 따라 거래가 허용될 가능성이 열리면서, 블록체인 게임을 만드는 일부 게임사들은 이 조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사실상 원화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아이템 거래가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P2E 게임은 2021년 베트남의 ‘액시 인피니티’ 성공 이후 주목을 받으며,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게임 방식으로 각광받았다. 아이템과 캐릭터를 대체불가토큰(NFT)으로 만들어 유저가 이를 가상화폐와 교환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데 있다. 국내법상 게임 결과로 얻은 재화를 현금화하거나 경품으로 제공하는 것이 금지돼 있어, P2E 게임은 사실상 국내 정식 출시가 어려웠고, 대부분 해외를 중심으로 영업해왔다.
소비자 보호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액시 인피니티는 해킹으로 약 7천억 원 규모의 피해를 입었고, 국내 대형 게임사 위메이드의 자체 코인인 위믹스는 공시 문제와 해킹 우려로 여러 차례 국내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사행성과 투기성이 강한 일부 P2E 게임은 코인 생태계를 우선시하며 게임 자체보다는 거래와 수익에 초점을 맞췄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게임이라는 여가활동을 노동으로 대체하려는 발상 자체가 소비자의 욕구와는 괴리를 보인다”는 회의적 시선도 적지 않다.
글로벌 게임 산업의 흐름도 P2E에 우호적이진 않다. 지난 8월 독일에서 열린 세계 최대 게임 박람회 ‘게임스컴 2025’ 주요 전시에서는 블록체인 게임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신 세계관과 그래픽, 게임성 등 본연의 재미에 집중한 전통적인 게임들이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국내외 앱 마켓 상위권에는 NFT나 블록체인 요소가 전혀 없는 게임들이 자리 잡고 있으며, 많은 유저들이 P2E 요소보다는 몰입도 높은 콘텐츠를 선호하는 모습이다.
게임 기업들의 실적에서도 이 같은 흐름은 확인된다. 위메이드는 지난 2분기 전체 게임 매출 중 블록체인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23%에 그쳤고, 넥슨·컴투스·넷마블 등의 블록체인 게임 또한 매출 기여도가 미미하다. 반면 생성형 인공지능 등 기술 트렌드를 반영한 신작은 고속 성장세를 보이며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국내 법·제도 정비와 함께 P2E 게임의 운명을 가를 중요한 기로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관련 입법을 통해 시장의 성장 동력을 확보할 기회라고 보지만, 사행성 논란과 콘텐츠 완성도 미흡 등을 고려할 때 소비자 신뢰 회복 없이는 재도약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