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이 또 한 번 보안 문제로 흔들렸다. 지난 8월 한 달 동안 16개의 암호화폐 거래소가 해킹을 당하면서 총 1억 6,300만 달러(약 2,267억 원) 상당의 디지털 자산이 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7월의 피해 금액인 1억 4,200만 달러(약 1,975억 원)보다 15% 증가한 수치로, 해커들의 활동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가장 큰 피해는 한 비트코인(BTC) 개인 지갑에서 발생했다. 익명의 보유자가 단일 공격으로 무려 9,140만 달러(약 1,271억 원)를 도난당하며 8월 보안 사고 중 최대 규모 해킹 사례로 기록됐다. 이는 단순한 기술 격차 이상의 문제로 시장 전반의 지갑 및 인프라 보안 강화 필요성을 부각시킨다.
또 다른 대형 피해 사례로는 터키의 주요 거래소인 BtcTurk이 꼽힌다. 이 플랫폼은 1년 만에 또 한 번 대규모 보안 침해를 당하며 5,400만 달러(약 750억 원)를 잃었다. 해당 사고는 거래소의 반복적인 보안 허점을 지적받는 계기가 됐다.
비트코인 기반 밈코인 런치패드 플랫폼인 ODIN•FUN은 가격 조작을 이용한 정교한 공격에 당하며 700만 달러(약 974억 원)를 손실했다. 여기에 탈중앙화 금융(DeFi) 프로젝트인 BetterBank와 CrediX 파이낸스도 각각 500만 달러(약 695억 원), 450만 달러(약 625억 원)를 잃으며 해커들의 표적이 됐다. 다양한 해킹 수법이 동원된 점은 해킹 방식이 점점 고도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보안 전문업체 팩실드(PeckShield)는 이 같은 데이터를 공개하며, “해킹은 단순히 기술적 취약점에 그치지 않는다. 프로젝트 전반의 구조적 허점, 관리 부실, 사용자 부주의가 복합적으로 맞물리며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 7월에는 인도 기반의 대형 거래소 CoinDCX가 단일 공격으로 4,420만 달러(약 615억 원)를 탈취당한 바 있었다. 이처럼 국가와 규모를 가리지 않는 해킹 피해는 거래소뿐 아니라 개인 사용자에게도 경고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지속되는 해킹 사례들은 암호화폐 산업이 마주한 기술적 과제와 함께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케 하고 있다. 투자자들에게는 보안 수준이 입증된 플랫폼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멀티시그 지갑 활용이나 하드웨어 월렛 보관 등 스스로의 자산 보호에 대한 인식 제고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