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가상화폐 자산 규제에 대한 새로운 정책 방향을 제시하면서, 기존의 단속 위주 정책에서 본격적인 전환을 예고했다. 이는 디지털 자산 시장에 법적 명확성을 제공하고, 업계의 오랜 요구였던 맞춤형 규제 틀 마련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SEC는 올 하반기부터 디지털 자산의 발행, 거래, 보관에 관한 명확한 규제를 순차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기존 규제 체계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처벌을 유예하는 ‘세이프 하버(safe harbor)’ 조항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는 신생 가상화폐 프로젝트나 중소 플랫폼이 규제 리스크 없이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마련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번 정책 방향은 증권거래위원회 내부에서도 상당히 큰 입장 변화로 평가된다. 폴 앳킨스 SEC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향후 정책의 우선순위는 가상화폐 산업의 건전한 성장과 불법 행위 단속을 병행하는 데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 7월에도 “대부분의 가상화폐는 증권이 아니다”고 밝히며, SEC 기존 입장과는 거리를 둔 발언을 이어왔다. 불필요한 규제로 시장을 억누르는 대신, 기술 혁신과 자본 형성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한 셈이다.
SEC는 또한 가상화폐가 기존의 국가 증권거래소 또는 대체거래시스템(ATS) 등 제도권 장내시장에서도 거래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디지털 자산의 제도권 편입 가능성을 의미하는 신호로, 그동안 가상화폐 산업이 줄곧 요구해온 ‘금융 시스템 통합’ 요구와도 맥이 닿는다. 특히 전통 금융시장과의 연결을 통해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하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
미국 현지 언론과 업계는 이번 발표를 가상화폐 업계의 ‘정책적 승리’로 평가하고 있다. 수년간 불확실한 규제 탓에 대형 투자자들의 참여가 제한됐던 상황에서, 명확한 규제 체계는 산업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 보호 틀을 마련하면서도 과도한 규제를 지양하려는 방향은 혁신 기술의 활성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미국이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에도 일조할 전망이다. 국제 무대에서 가상화폐 규제 환경이 점차 정비되는 가운데, 미국의 정책 변화는 타국의 규제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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