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리플(XRP) 보유량 1년 내 최고…시장에 매도 압력 가중

| 손정환 기자

바이낸스에서 보유 중인 리플(XRP) 예치량이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시장에 매도 압력이 커지고 있다. 지난 며칠 사이 XRP 가격이 주요 지지선인 2.74달러(약 3,811원)를 하회하자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9월 한 달간 높은 변동성을 예고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크립토 정보 분석 플랫폼 크립토퀀트(CryptoQuant)에 따르면, 현재 바이낸스의 XRP 보유량은 35억 8,000만 개로 12개월 내 최고치를 경신했다. 거래소 예치량 증가는 통상적으로 코인을 매도 시장에 내놓으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되는 만큼, 단기 상승 모멘텀에는 부정적인 신호다. 실제로 이와 유사한 보유량 급증이 있었던 과거 사례에서도 XRP 가격은 대체로 조정 국면을 피하지 못했다.

한편, 대규모 보유자(일명 ‘고래’)의 이체 활동은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일, 고래들이 바이낸스로 이체한 XRP는 1,588개에 불과했으며, 이는 최근 30일 평균치인 4,715개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일시적인 매도 압력 완화일 수 있지만, 이미 기존의 대량 입금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XRP 선물 시장의 미결제약정(Open Interest)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현재 XRP의 선물 미결제 포지션 규모는 약 74억 3,000만 달러(약 10조 3,077억 원)이며, 최근 기록한 최대치(약 75억 9,000만 달러, 약 10조 5,151억 원)와 큰 차이가 없다. 가격은 2.80달러(약 3,892원) 선에서 횡보 중이다. 이처럼 고레버리지 상태에서 가격 조정이 발생할 경우, 급격한 청산과 변동성 확대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동반된다.

현재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표는 기술적 지지선과 저항선이다. 분석가들은 2.85달러(약 3,962원) 선의 돌파 여부에 따라 단기 강세 또는 하락세가 결정될 수 있다고 본다. 암호화폐 분석가 EGRAG CRYPTO는 “종가 기준 2.85달러 이상을 유지할 경우 2.90달러~3.13달러(약 4,029~4,351원)까지의 상승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이 가격대를 지키지 못하면 2.65달러(약 3,688원)까지 후퇴할 수 있다는 전망도 존재한다.

이처럼 거래소 내 리플 보유량 급증과 혼재된 고래 자금 흐름, 높은 선물 미결제 수준은 시장을 더욱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투자자들은 당분간 뚜렷한 상승 동력보다는 변동성 방어와 전략적 포지셔닝에 집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