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국내 중견 거래소 고팍스를 통해 한국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승인이 지연되면서 관련 절차가 수개월째 사실상 멈춰 있는 상태다. 바이낸스는 고팍스 투자와 함께 고파이 사태 피해금 상환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규제 승인과 주주 동의가 선결돼야 한다며 차기 조치의 전제 조건을 강조했다.
바이낸스의 리처드 텅 대표는 9월 8일 서울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고팍스 인수를 통해 한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의지가 여전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고팍스의 백기사”라며 “문제를 유발한 주체가 아닌, 해결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를 포함한 규제당국의 최대주주 변경 승인과 기존 주주의 동의 없이는 추가 투자를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앞서 고팍스의 연계 예치 서비스인 고파이(GOFi)에서 사고가 발생하면서 수많은 이용자들이 자산 손실을 겪었다. 이에 대해 바이낸스는 2023년 8월까지 약 7천만 달러(당시 기준)의 피해 보상을 완료했으며, 올해 7월 기준으로 미이행 피해 금액은 1억2천2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전했다. 현재까지 전체 피해액의 약 48%가 상환됐으며, 나머지 금액은 규제 승인 이후 빠르게 보상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바이낸스의 글로벌 운영에 대한 우려, 특히 자금세탁방지(AML)와 고객확인(KYC) 요건에 대한 의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텅 대표는 바이낸스가 전 세계 2억9천만 명 이상의 이용자를 보유한 만큼, 산업 최고 수준의 법규준수(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체 직원의 22%가 컴플라이언스 분야 전담 인력이며, 국제 적발 기관 및 정부와 협력해 범죄 대응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낸스는 한국 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추진 등 제도적 환경이 개편되는 가운데, 한국이 아시아의 가상자산 허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피력했다. 다만 시장 1위 사업자인 업비트가 전체 점유율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경쟁보다는 이용자 보호와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 같은 상황은 바이낸스의 향후 한국 시장 전략에 중요한 가늠자가 될 수 있다. 규제 당국과의 교착 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고파이 피해자들의 보상도 지연될 수밖에 없고, 시장 내 신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규제 절차가 마무리돼 인수가 완료된다면, 글로벌 사업자 바이낸스의 진입은 국내 가상자산 산업에도 무시할 수 없는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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