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미니 IPO에 20배 청약 몰렸다… 상장가 28달러 확정

| 김민준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 제미니(Gemini)가 기업공개(IPO) 가격을 주당 28달러로 확정하고, 총 4억 2,500만 달러(약 6,12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전망이다. 이번 상장으로 제미니의 기업가치는 33억 달러(약 4조 7,520억 원)로 평가되며, 암호화폐 기업에 대한 투자 열기를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제미니는 2014년 카메론 윙클보스와 타일러 윙클보스가 공동 설립한 회사로, 사용자들이 70개 이상의 암호화폐를 사고팔 수 있는 거래 플랫폼과 파생상품, 디지털 자산 기반 서비스 등을 제공해 왔다. 이번 IPO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서류에 따라 1,670만 주가 시장에 풀리는 구조이며,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 수요는 공모주 물량의 20배 이상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제미니는 주당 24~26달러 범위로 공모가를 설정했지만, 수요 급증에 따라 가격을 상향 조정했다. 이는 이미 주당 17~19달러였던 초기 상장예정가에서 한 차례 상향된 바 있어, 투자자 관심이 상당히 높다는 점을 방증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520만 주 이상이 이미 판매됐으며,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를 주간사로 두고 추가 452,807주와 380,526주를 각각 초과 배정 옵션으로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미니는 상장 후 나스닥에서 ‘GEMI’ 티커로 거래를 시작할 예정이다.

공모주의 최대 30%는 로빈후드, 소파이, 무무파이낸셜, 퓨투증권 등 대중 투자 플랫폼을 통해 일반 투자자에게 배정된다. 이는 기관 중심의 상장 구조를 넘어서 소액 투자자를 배려한 전략으로, 암호화폐 시장 대중화를 이끄는 제미니의 브랜드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다만 제미니는 상장에 나서긴 했지만 여타 암호화폐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진 리스크 요인이 측면에 자리하고 있다. 2024 회계연도 기준 순손실은 1억 5,900만 달러(약 2,280억 원)에 이르렀고, 올해 상반기에도 손실 폭은 2억 8,300만 달러(약 4,070억 원)로 확대됐다. 이는 이미 상장한 써클(Circle)이나 불리시(Bullish) 등이 흑자를 기록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성장 잠재력에 대한 기대감도 존재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암호화폐에 우호적인 규제 방향을 내놓고 있는 데다, 기관 투자가들의 시장 진입이 확대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스닥은 이달 초 제미니에 5,000만 달러(약 720억 원)를 투자했다고 밝히며, 디지털 자산 수탁 서비스 연계를 위한 전략적 협력에 나섰다.

제미니의 상장이 암호화폐에 대한 시장 기대를 다시 견인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후 암호화폐 기업들의 추가 상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