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베이스, XRP 보유량 90% 급감…기관 수요 이동 신호?

| 손정환 기자

코인베이스에서 보유 중인 리플(XRP) 물량이 최근 들어 9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온체인 데이터에 따르면, 올여름 약 9억 7,000만 개에 달하던 코인베이스의 XRP 보유량은 현재 약 1억 개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이러한 급격한 감소는 투자자와 분석가들 사이에서 다양한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코인베이스는 지난 6월 기준 약 52개의 콜드월렛에 총 9억 7,000만 개의 XRP를 분산 보유 중이었다. 이 가운데 상위 10개 월렛에는 각각 2,680만 개의 XRP가 담겨 있었고, 나머지 지갑도 총 1,680만 개를 더 보유하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코인베이스는 XRP를 다량으로 보유한 대표 거래소 중 하나로 꼽혔다.

하지만 가을에 접어들며 그림이 완전히 달라졌다. 9월 중순 기준 여전히 활성 상태인 콜드월렛은 단 6개뿐이며, 각각 약 1,650만 개의 XRP만을 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보유량은 약 9,900만 개 수준으로 줄었는데, 이는 지난 3개월 동안 무려 89.79%가 이탈한 셈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시장에서는 여러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블랙록 등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이 고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XRP를 외부 지갑으로 이전했을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주말 동안에도 한 익명 월렛에서 코인베이스로 1,650만 개의 XRP(약 713억 원)가 유입되었다는 '웨일 알림(Whale Alert)' 데이터가 보고됐다. 그러나 이같은 대규모 이동이 단순한 트레이딩 흐름인지, 전략적 수탁 변경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석이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 온체인 데이터로는 XRP가 코인베이스를 떠난 후 어디로 이동했는지, 그리고 어떤 형태로 보관되거나 활용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없다. 코인 거래소 간 이전인지, 기관이나 개인의 별도 콜드스토리지로의 이동인지는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이와 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XRP는 여전히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에 이어 시가총액 기준 세 번째로 큰 암호화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전체 시가 규모는 약 1,390억 달러(약 254조 2,100억 원)에 달한다. 이러한 위상에도 불구하고,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코인베이스에서 XRP 공급이 급감했다는 점은 산업 전반의 수탁 및 거래 패러다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이번 사태는 향후 XRP의 유통 구조, 기관 수요, 그리고 거래소의 역할 변화에 대한 보다 깊은 논의를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안성과 투명성의 확보가 중요한 시점에서 암호화폐 보관 방식의 전환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