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2021년 데자뷰? 장기 보유자 매도…사이클 고점 경고

| 손정환 기자

비트코인(BTC)이 이미 사이클 고점을 찍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마이클 나도(Michael Nadeau) 더디파이리포트(The DeFi Report) 창립자는 장기 보유자(Long-Term Holders, LTH)의 매도 패턴이 2021년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며, 현 시점이 "진짜 고점"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도는 2021년 사이클에서 비트코인의 '진정한' 고점은 4월, 가격 급등 직전인 2020년 11월~2021년 3월 사이 장기 보유자들이 13.5%의 물량을 시장에 내놓던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이후 2021년 11월 기록한 이중 고점 구조는 신규 자금 유입이 부족했고 단기 재분배에 의존해 상승 탄력이 약했다고 지적했다.

현재도 유사한 흐름이 재현되고 있다. 나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장기 보유자들은 보유 물량의 12.4%를 매도했으며, 이후 재매집에 나서는 모습까지 2021년과 흡사하다. 그러나 단기 보유자(Short-Term Holders, STH)의 참여는 여전히 저조하며, 새로운 자금 유입도 뚜렷하지 않아 상승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시장 분석업체 글래스노드(Glassnode)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단기적 회복 징후는 있지만, 수급 기반의 취약성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거래량은 부진하고 CVD(누적 거래 차이)는 약화되어 매도 압력이 상승세를 억누르고 있는 모습이다. 현물 시장의 상대강도지수(RSI)는 과매수 구간에 진입했지만 거래 심리는 여전히 얕으며, 이는 추가 상승 여력이 크지 않음을 시사한다.

선물 및 옵션 시장도 반응이 엇갈린다. 비트코인 선물의 미결제약정은 증가했으나 펀딩비 약세와 저조한 롱 수요는 투자자들의 신중한 태도를 보여준다. 옵션 시장에서는 변동성 스프레드가 좁아지고 스큐가 급감하면서, 헤지 수요 감소와 과도한 낙관주의가 가격 급변에 취약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

온체인 데이터도 희비가 엇갈린다. 비트코인 주소 수는 사이클 저점에 접근하고 있으나, 전송량은 증가 중이라 신규 유입보다는 대규모 자금 이동에 무게가 실린다. 블록 수수료는 감소세로, 이는 블록 공간 수요 및 투기 압력의 약세를 반영한다. 투자자들의 수익 실현 비율이 높아지면서 상승 피로감과 수요 고갈 신호도 감지된다.

결국 비트코인 시장은 현재 불확실성과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고, 투자자들의 기대만으로는 새로운 상승세를 견인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이전 사이클과의 ‘데자뷰’ 양상이 단순한 반복이 아닌 경고 신호로 해석돼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