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달리오 "정부 통화 신뢰 무너진다…비트코인, 미래의 금 될 것"

| 손정환 기자

미국의 저명한 투자자 레이 달리오(Ray Dalio)가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비트코인(BTC)을 비롯한 비정부 발행 자산들이 미래의 안전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퓨처차이나 글로벌 포럼(FutureChina Global Forum 2025)에서 "금(Gold)과 비법정화폐는 앞으로 더욱 중요한 가치 저장 수단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달리오는 특히 전 세계 정부들이 무분별하게 부채를 늘리고 있다며, 달러화는 물론 유로, 엔화 등 주요 통화들이 종국엔 약세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통화 가치가 약화되는 가운데,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자산인 금과 비트코인은 인플레이션과 자산 가치 하락에 대한 회피(헷지)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금뿐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암호화폐에도 자산의 약 10%를 할당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현명한 투자자라면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과거에도 금과 달리 비트코인은 '디지털 자산'이라는 새로운 특성을 가졌다고 평가한 바 있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최근 1년간 약 83%나 상승하며 강한 반등 흐름을 보였다. 2025년 8월 13일에는 사상 최고가인 12만 4,457달러(약 1억 7,300만 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는 소폭 조정된 11만 5,651달러(약 1억 6,027만 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으나, 전통 자산과는 다른 상승 가능성을 계속 품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여전하다.

거시경제 위기 속에서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도 이러한 흐름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등은 장기간 비트코인을 축적해온 대표적인 기업이다. 마이클 세일러(Michael Saylor)가 이끄는 이 회사는 현재 보유 중인 비트코인 수량이 약 63만 8,985개에 달한다. 해당 물량은 현 시세 기준 약 7조 2,479억 원에 이른다. 기업뿐 아니라 마라톤디지털홀딩스, 메타플래닛, 불리쉬 등 여러 기관 투자자도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다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금 투자자로 알려진 피터 시프(Peter Schiff)는 여전히 비트코인의 가치를 부정하고 있다. 그는 "비트코인은 실물 자산이 아니며, 진정한 가치 저장 수단이 될 수 없다"고 하며 암호화폐에 비관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그러나 시장 내 분위기는 달리 흘러간다. 투자자와 기관이 모멘텀을 쌓아가며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라는 별칭을 공고히 해가고 있다.

레이 달리오의 발언은 미국 정부의 부채 위기와 통화 정책에 대한 신뢰 하락이라는 배경 속에서, 암호화폐가 더 이상 변두리 실험이 아닌 주류 투자 자산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친암호화폐 행보와 맞물려, 미국 내에서 디지털 자산에 대한 제도권 수용이 한층 가속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