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기소 없이 비트코인·이더리움 55억 원 압수…트레이드오우거 단속 신호탄

| 서지우 기자

캐나다 경찰이 사전 경고 없이 약 40만 달러(약 55억 6,000만 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압수하며, 무혐의 상태에서 이뤄진 이번 조치가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프라이버시 코인 전문 거래소 트레이드오우거(TradeOgre)가 있다. 이 거래소는 고객 신원 확인 절차(KYC)를 요구하지 않는 점으로 주목받아 왔다.

캐나다 연방경찰(RCMP)은 지난 주, 트레이드오우거로부터 5,600만 캐나다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을 압류했다. 이는 캐나다 사법당국이 암호화폐 거래소를 공식 폐쇄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번 압수에 기소나 체포영장이 동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캐나다 연방경찰은 추후 기소 가능성을 열어두며 조사는 계속 중이라고 밝혔다.

수사 당국은 트레이드오우거가 캐나다 금융정보센터(FINTRAC)에 자금 서비스업체 등록을 하지 않았고, 고객에게 KYC를 요구하지 않아 자금세탁에 악용될 수 있는 구조였다고 판단했다. 유럽 경찰청(유로폴)의 자금세탁 감시 부서로부터 관련 제보를 받은 이후 2024년 6월부터 해당 거래소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다.

트레이드오우거는 2018년부터 운영되며 모네로(XMR)를 비롯한 다양한 프라이버시 중심 암호화폐의 거래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수천 명의 사용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이러한 코인들은 거래 내역을 외부에서 추적하기 어렵다는 특성 탓에, 정통한 개인정보 보호 수단으로 여겨지는 동시에 범죄 자금 은닉 수단으로도 지목돼 왔다.

이번 사건은 KYC 미도입 플랫폼에 대한 단속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특히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개인정보 보호와 불법 자금 흐름 차단이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제기된다. 최근 몇 년 간 글로벌 규제 당국은 프라이버시 코인을 둘러싼 규제를 강화해 왔으며, 이는 모네로(XMR) 등이 주요 거래소에서 잇따라 상장폐지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이번 압수가 암호화폐 업계의 규제 리스크를 다시 한번 환기시키는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비인가 거래소와 프라이버시 코인에 대한 규제 압박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수사 당국의 무혐의 압수 조치가 유사한 사례에 어떤 선례를 남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