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호주 거래소와 '오더북' 공유 논란…금융당국 '특금법 위반' 검토

| 연합뉴스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호주 거래소와 주문 정보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관련 법규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거래 간소화와 유동성 확보를 앞세운 조치지만, 정작 절차상 허점을 남긴 채 실행된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빗썸은 최근 호주 가상자산 거래소 스텔라와 오더북(호가창)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테더(USDT) 마켓을 열었다. 오더북 공유란, 서로 다른 거래소에 올라온 매수·매도 주문 정보를 실시간으로 통합해 양측 고객끼리 직접 거래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거래의 유동성을 키우고 가격 형성을 원활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거래 구조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국내법상 요건을 충족했는지 여부다. 현행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은 거래소 간 가상자산 매매나 교환 중개가 가능한 조건을 엄격하게 정해두고 있다. 여기에는 제휴 거래소가 합법적으로 인가·등록된 사업자일 것,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 그리고 상대 거래소의 고객 정보와 거래 내역을 국내에서도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것 등이 포함된다.

빗썸은 금융당국과 협의를 거쳐 작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하지만, 정작 금융정보분석원은 빗썸이 이러한 요건을 모두 충분히 이행했는지 재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당국은 특히, 스텔라 고객 관련 정보가 빗썸 측에서 실질적으로 확인 가능한지, 그리고 자금세탁방지 책임을 어떻게 분담하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빗썸이 특금법 요건을 형식적으로는 맞췄더라도, 실질적 조치가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은 일반적으로 개인정보 해외 제공에 민감한데, 호주 측의 고객 정보를 빗썸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확보했는지에 대해 의문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해외 정보보호법과 자국 내 이용자 보호 원칙이 충돌할 수 있다는 점도 현실적인 제약으로 작용한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글로벌 유동성 확보를 명분 삼아 외국 거래소와 협업을 확대할 경우, 금융당국이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국내외 규제의 미묘한 차이 속에서 보다 정교한 관리체계가 요구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