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 13일 만에 최저점…“매수 기회” VS “더 큰 하락 온다”

| 손정환 기자

비트코인(BTC)이 최근 6주 간의 완만한 조정을 뚫고 하루 사이 급락하며 13일 만에 최저치인 11만 2,200달러(약 1억 5,597만 원)를 기록했다. 8월 13일 사상 최고가인 12만 3,800달러(약 1억 7,178만 원) 대비 8% 가까운 하락폭으로, 국내외 투자자들 사이에선 “지금이 매수 기회”라는 반응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시장 분석가들은 지나친 낙관론에 경계심을 드러내며, 추가 하락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경고했다.

온체인 분석업체 샌티멘트(Santiment)는 과거 데이터를 근거로 투자 대중의 집단적 낙관이 오히려 하락의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이 진정한 바닥을 형성하려면 투자자들이 희망을 버리고 손해를 감수하며 매도하는 공포의 순간이 반드시 수반된다는 설명이다. 이번 낙폭 직전 바이낸스에서는 공매도 포지션이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가격이 급락한 이후엔 고작 미약한 수준의 매수 전환만 나타났던 것으로 확인됐다.

샌티멘트는 진정한 반등을 위해선 단기적으로 공매도 포지션이 꾸준히 매수 포지션보다 우위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손절매로 공매도를 청산하면서 생기는 강한 가격 반등, 흔히 말하는 ‘쇼트 스퀴즈(Short Squeeze)’가 촉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비트코인이 11만 4,000달러(약 1억 5,846만 원) 이하로 떨어지자 낙관론은 빠르게 위축됐다. 다만 샌티멘트에 따르면 이번 하락은 과거처럼 극심한 공포로 이어지지 않았으며, 4월 미국 대중 무역 관세 이슈나 6월 중동 지정학적 위기 당시처럼 체감되는 극단적 패닉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이와 같은 상황 하에서 분석가들은 '스트리트에 피가 흐를 때가 매수 시점(Buy when there’s blood on the streets)'이라는 격언처럼, 보다 극도의 공포가 나타날 경우에만 진정한 반등 조건이 형성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온체인 지표는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의 30일 기준 MVRV(Market Value to Realized Value) 비율이 9월 10일 이후 처음으로 음수 영역에 진입했다. 이는 최근 매수자들이 수익 대신 손실 상태에 있음을 나타내며, 새로운 진입자 입장에선 보다 유리한 매수 환경이 조성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고래 투자자들의 누적 매수도 눈에 띈다. 8월 27일 이후 10~1만 BTC를 보유한 지갑들은 총 5만 6,372BTC를 새롭게 매입했다. 이는 대형 홀더들의 저점 매수 신호로, 향후 가격 하단을 방어하는 데 일정 기여를 할 수 있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거래소 보유 물량 감소도 단기 상승세를 뒷받침하는 요소다. 최근 4주 동안 거래소에 예치된 비트코인 수량은 3만 1,265BTC가 줄어들었다. 이는 매도 압력이 약화하고, 급격한 하락에 노출될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결국 샌티멘트는 이번 조정을 크립토 시장의 전형적인 ‘중간 급락’으로 평가하며, 보다 극적인 공포감 없이 시장이 바닥을 다지기엔 무게감이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8% 낙폭만으로는 과거 15%~20%에 달했던 본격적 조정 때의 투매 심리를 유도하기엔 힘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비트코인을 향한 소매 투자자들의 '디핑 매수' 열기는 오히려 경고 신호로 해석될 수 있으며, 진정한 반등은 더 깊은 조정과 함께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시장은 여전히 긴장 속 전환기를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