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발언에 흔들린 암호화폐 시장, 비트코인($BTC) 반등 속 불확실성 지속

| 손정환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향후 금리 정책과 관련해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글로벌 증시와 암호화폐 시장이 다시 불확실성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경기 둔화 우려와 인플레이션 재상승 가능성을 동시에 언급하며 신중한 스탠스를 유지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상공회의소 행사에서 GDP 성장률이 전년 2.5%에서 올해 상반기 1.5%로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실업률은 4.3%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2.9%로 다시 상승하며 연준 목표 수준인 2%를 초과한 상태다. 그는 “현 시점에서 정책은 신규 사이클에 들어선 것이 아니다”며 “지표에 따라 조정하겠다”고 밝혀, 단기 내 인하 여부에 대해 다소 모호한 메시지를 던졌다.

특히 “현 정책은 다소 긴축적이며, 인플레이션 위험이 상존한다”는 발언은 빠른 금리인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 선물시장인 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오는 10월 회의에서 0.25%p 금리 인하 가능성은 92%로 여전히 높다.

암호화폐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황이 복잡해졌다. 금리 인하가 현실화되면 비트코인(BTC)과 같은 무수익 자산에 긍정적인 촉매가 될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면 정책 선회가 늦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파월 의장은 “너무 성급히 완화적 기조로 전환했다가는 인플레이션 억제가 미완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암호화폐 시장은 일단 안정을 찾는 모습이다. 이번 주 초 시가총액에서 약 2,790억 달러(약 387조 원)가 증발했던 암호화폐 총 시총은 현재 3조 9,600억 달러(약 5,504조 원) 수준으로 회복 중이다. 비트코인은 한때 11만 1,600달러(약 1억 5,512만 원)까지 하락했지만, 하루 만에 11만 2,000달러(약 1억 5,568만 원) 지지선을 회복했다. 이더리움(ETH)은 4,200달러(약 583만 원)를 하회한 상태에서 여전히 반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통 금융권에서는 보다 낙관적인 시각도 나온다. 펀드스트랫에셋매니지먼트의 톰 리는 “연준이 자산 가격을 대상으로 삼지 않던 과거와 비교하면, 지금의 발언을 부정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밝히며 과도한 시장 반응을 경계했다.

연준의 ‘명확하지 않은 신호’는 암호화폐 시장에 단기적 불확실성을 재확인시킨 셈이다. 그러나 금리 인하의 방향성에는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정책 반전 가능성보다는 점진적 완화에 더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시장은 연준의 속도 조절을 예의주시하며, 위험 회피와 기회 포착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