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테이블코인 거래 급성장…APAC 최대

| 김민준 기자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이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 성장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한국은 전문 트레이딩과 스테이블코인 거래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체이널리시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시장에서 원화(KRW)로 스테이블코인을 구매한 규모는 2024년 7월부터 2025년 6월까지 12개월 동안 약 590억 달러(약 81조원)에 달했다. 이는 태국(45억 달러), 인도네시아·호주·홍콩 등의 개별 시장 규모를 압도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거래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규제 공백 ‘과제’

국내에서는 빗썸, 코인원 등 주요 거래소가 2023년 말부터 원화 마켓에 USDT 등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거래쌍을 추가하며 거래량이 2025년 초 50% 이상 급증했다. 그러나 현행 규제 논의는 은행·금융기관의 발행 자격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발행 이후 ▲거래소 상장 ▲2차 유통 ▲결제·정산 시스템 연계 등 스테이블코인의 전체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논의는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원화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이 아시아·태평양 최대 규모인 만큼, 규제가 발행을 넘어 유통·활용 단계까지 포괄해야 한다”며 “제도적 공백이 장기적으로 시장 성장을 제약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프로페셔널’ 트레이딩 주도

거래 특성에서도 한국은 독특한 양상을 보인다. 1만~100만 달러(약 1,300만~130억 원) 구간의 거래가 전체 온체인 활동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며, 글로벌 평균을 크게 웃돈다. 이는 개인 투자자가 주도하는 투기적 거래가 아니라 ‘프로페셔널’ 트레이더들이 유동성 공급·헤지·자산 로테이션을 활발히 수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기관·법인 참여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업계는 “2024년 제정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등 최근 규제 정비가 기업과 기관 투자자의 진입 장벽을 점진적으로 낮출 것”이라며 “시장 참여 주체가 다양화되면 한국 시장의 구조가 한층 성숙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