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서클이 블록체인 거래의 투명성과 불변성을 일부 수정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면서 기존 가상화폐 원칙에 대한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이는 사기나 분쟁 거래가 발생했을 때 이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역거래’ 기능 도입을 고려 중이라는 내용으로,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인 거래의 불변성과 상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5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서클은 최근 새롭게 개발 중인 블록체인 플랫폼 ‘아크’에서 특정 조건 아래 거래를 되돌릴 수 있도록 하는 기술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전통적인 블록체인에서는 한번 발생한 거래는 되돌리는 것이 불가능한 구조다. 하지만 서클은 금융기관이나 고객 간 분쟁 발생 시, 신용카드 환불과 유사한 방식의 ‘거래 취소 동의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을 숙고 중이라고 밝혔다.
서클의 히스 타버트 사장은 거래의 즉시성과 취소 불가능성 사이의 균형에 대해 언급하며, 모든 참여자가 동의하는 조건 아래 특정한 상황에서만 거래 취소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향을 탐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타버트는 과거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을 지낸 인물로, 이러한 언급은 가상화폐 분야의 규제와 기존 금융 시스템 간 접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서클은 고객의 금융 정보 보호를 위한 기능도 아크에 탑재할 예정이다. 거래 내역은 블록체인 상에서 여전히 공개되되, 거래 금액 등 민감한 정보는 암호화해 외부에서 파악할 수 없도록 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특히 금융기관이 제삼자를 대신해 거래를 수행할 경우, 거래 세부 정보가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기밀 층위’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클은 현재 740억 달러(약 103조 7천억 원) 규모의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USDC를 운용 중이다. 이번에 시험 중인 아크는 특히 기업과 은행, 자산운용사 등 전통 금융기관의 외환 거래 수단으로서의 활용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것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실제 금융 실무에 적용될 수 있는 방향을 실험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방향 전환은 당초 ‘탈중앙화’와 ‘거래 불변성’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 가상화폐 업계에는 방향성 전환으로 읽히며, 일부 순수 블록체인 지지자 사이에서는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다만 전통 금융 시스템과의 접점을 모색하고 안정성과 신뢰도를 강화하겠다는 서클의 의도가 성공할 경우, 향후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 금융과 더욱 밀접히 연결되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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