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XRP), 1시간 만에 63,500% 청산 불균형…레버리지 붕괴 경고음

| 손정환 기자

리플(XRP)이 단 한 시간 만에 63,500%에 달하는 청산 불균형을 기록하며 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 숫자는 암호화폐 시장 내 매수와 매도 포지션 간의 균형이 얼마나 한쪽으로 기울어졌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시장 데이터 플랫폼 코인글래스(CoinGlass)에 따르면, 최근 1시간 동안 리플의 롱 포지션에서 약 63만 5,000달러(약 8억 8,865만 원) 규모가 강제 청산됐지만 숏 포지션에선 단 1,000달러(약 139만 원)만 청산되며 극단적인 차이를 보였다. 이는 가격 하락이 미세했음에도 불구하고 레버리지 집중도가 지나치게 높았던 롱 포지션이 다수 청산됐기 때문이다.

이례적인 점은 XRP 가격이 단 1% 정도 하락한 수준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당시 XRP는 2.82~2.84달러 선에서 등락을 반복했으나, 다수의 투자자들이 과도한 레버리지를 활용하면서 소폭 하락에도 대규모 롱 포지션이 붕괴됐다. 반면 숏 포지션은 변화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나 구조적인 매수 집중 현상을 드러냈다.

같은 시간, 전체 시장에서도 청산 압력이 이어졌다. 약 1,400만 달러(약 194억 6,000만 원) 규모의 포지션이 강제 청산됐으며, 이더리움(ETH)의 청산액이 약 200만 달러(약 27억 8,000만 원)로 가장 컸다. 비트코인(BTC)은 30만 달러(약 4억 1,700만 원), 솔라나(SOL)는 50만 달러(약 6억 9,500만 원)에 가까운 포지션 청산이 이뤄졌다. 그러나 롱·숏 간 불균형의 양상은 XRP만큼 두드러지지 않았다.

24시간 단위 청산 집계에서도 XRP는 독특한 양상을 보였다. 전체 시장에선 총 4억 2,700만 달러(약 5,938억 원) 이상이 청산됐고 이 중 롱 포지션이 3억 5,100만 달러(약 4,869억 원), 숏 포지션은 7,500만 달러(약 1,042억 원)를 차지했다. 이더리움이 약 1억 6,100만 달러(약 2,238억 원)로 최대 비중을 차지했으며 비트코인도 4,200만 달러(약 584억 원)에 달했지만, XRP의 ‘편파 청산’ 양상과는 다른 구조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단순한 가격 급등락이 아닌 과도한 포지션 편중에 따른 위험 신호로 해석한다. 상당수 투자자들이 한 방향으로 몰리며 포지션이 과잉 형성될 경우, 작디작은 가격 변동이 연쇄적인 마진콜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번 리플 사례처럼 시장 깊이에 비해 얕은 청산 저항선이 존재할 경우, 실질적인 하락폭보다 투매의 여파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향후 XRP가 이 같은 ‘클린업 이후’ 새로운 매수세를 축적해 반등할 수 있을지, 아니면 숏 포지션이 우위를 이어가며 추가 청산을 유도할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극단적인 레버리지 활용의 리스크가 또 한 번 경고를 울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