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 투자 피로에 12% 급락... ETF 유입 '제로'에 고래만 매집

| 손정환 기자

비트코인(BTC)이 최근 12% 하락하며 시장에 ‘피로 누적’ 경고등이 다시 켜졌다. 당초 기대를 모았던 ETF 수요가 주춤하고 대규모 차익실현이 이어지면서, 단기 유동성이 가격 흐름을 압도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온체인 데이터는 여전히 하락이 과도하지 않다고 진단하지만, 반복되는 분배 패턴과 누적된 매도 압력이 단기적인 냉각 기간을 예고하고 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글래스노드(Glassnode)는 최근 리포트를 통해 비트코인의 실현 시가총액(Realized Cap)이 현재 약 1조 600억 달러(약 1,474조 원)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사이클보다 약 1.8배 많은 순유입 자금 6,780억 달러(약 942조 원)가 들어왔음을 의미한다. 그만큼 투자자들의 이익 실현 욕구도 강하게 분출됐으며, 장기 보유자들이 이미 340만 BTC 이상을 매도하며 역대급 매도 사이클을 기록했다.

특히 ETF 시장의 흐름이 멈칫하면서 가격 완충 역할을 해온 규제된 거래수단들이 약세로 돌아선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미 연준의 통화정책 회의(FOMC) 이후, ETF 유입액은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축소된 반면, 장기보유자 매도는 월 12만 2,000 BTC까지 치솟았다. 글래스노드는 “이처럼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무너질 경우, 가격 하락 압력이 쉽게 증폭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현물 시장은 절반에 가까운 유동화가 시장에서 흡수되지 못하고 매도물량으로 전환되며, 청산과 거래량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선물 시장은 큰 폭의 레버리지 청산(디레버리징) 과 옵션 프리미엄 변화가 동반되며 투자자 심리가 흔들리고 있다. 전반적으로 유입 자금보다 단기 차익 실현성 매도세가 우세하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조정 국면 속에서도 고래(whale) 투자자들은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 온체인 통계에 따르면 비트코인 100~1,000개를 보유한 지갑 주소들은 최근 일주일 동안 약 3만 BTC(약 1조 1,820억 원)를 추가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전송량도 44만 BTC에서 77만 BTC로 급증했으며, 거래소의 비트코인 유출은 판매보단 자산 이전 및 장기 보관 목적으로 해석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비트코인이 21주 이동평균선 부근인 10만 9,500달러(약 1억 5,197만 원)를 기준점 삼아 지지를 시험 중이라고 진단했다. 거래 플랫폼 비튜닉스(Bitunix)는 핵심 유동성 지지선이 10만 8,000달러(약 1억 5,012만 원)에 형성돼 있다고 밝혔다. 반면, 상단 압력은 11만 6,000달러(약 1억 6,124만 원)에서 강하게 형성돼 있어, 기관 수요 회복 없이는 돌파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궁극적으로 시장 방향성은 수요 측의 회복 여부에 달려 있다. 글래스노드는 “기관 유입이나 장기 보유자들의 매수가 다시 살아나지 않으면, 더 깊은 조정이 이어질 수 있다”며 현재의 포지셔닝은 ‘지속 가능성보다 피로 누적’ 관점이 우세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고래들의 축적 움직임과 단기보유자가 손실 구간에 근접하고 있다는 점은, 일부 투자자들에게는 국부 반등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선 다시금 실효성 있는 자금 유입이 동반돼야 한다는 점에서 시장의 간헐적인 반등은 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