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 탈중앙화 가치 훼손 우려 확산…초보 투자자 29% '부정적'

| 손정환 기자

비트코인(BTC)의 탈중앙화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시장 초보자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최근 코인가코(CoinGecko)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9%가 비트코인의 제도권 편입이 본래의 탈중앙화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전체 참여자 중 첫 번째 시장 사이클을 겪고 있는 투자자들이 가장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번 조사는 2025년 8월 22일부터 9월 11일까지 전 세계 2,549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0%는 현물 ETF 승인, 기업 재무회계에 비트코인 포함, 정부의 매입 등 제도권 채택 확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중 41.4%는 “매우 긍정적”이라 답하며 비트코인의 신뢰 상승과 장기적 가치 상승 가능성을 이유로 들었다. 반면, 20.5%는 전통 금융의 진입이 검열 저항성과 탈중앙화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 가운데 12.7%는 “매우 부정적”, 7.8%는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특히 비트코인 시장 경험이 가장 짧은 '첫 사이클 참여자'의 29.3%가 부정적 시각을 보이며, 2번째(14.9%)나 3번째 이상 사이클에 접어든 투자자들(15.7%)과 비교해 두 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첫 사이클 참여자 중 긍정적인 응답자는 52%에 그친 반면, 2번째와 3번째 이상 사이클에서는 각각 65.2%, 64.4%가 긍정 응답을 내놓으며 경험자일수록 제도권 수용에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경험이 많은 투자자들이 제도권 유입의 장단점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음에 비해, 신규 참여자들은 비트코인이 월가에 의해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를 크게 느끼고 있음을 시사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투자 목적의 성격 차이에서도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즉, 신규 투자자들 다수가 단기 수익에 초점을 맞춘 반면, 장기 이용자들은 기술적 진화와 시장 구조의 변화를 고심해온 바가 크다는 것이다.

설문에 참여한 사용자 중 68%는 장기 투자자였고, 20%는 단기 트레이더, 7%는 개발자, 나머지 5%는 시장 관망자였다. 경험 면에서는 첫 시장 사이클(최대 3년 경력)이 38%, 2번째 사이클(4~7년 경력)이 41%, 3번째 이상 경력자가 21%였다. 지역별로는 유럽이 31%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아시아 26%, 북미 22% 순이었다. 나머지는 아프리카, 남미, 오세아니아에 분포했다.

이번 코인가코 조사 결과는 비트코인의 정체성과 제도 수용 간 균형이라는 고질적 논쟁이 여전히 투자자들 사이에서 진행 중임을 보여주는 지표다. 향후 시장이 어떠한 방향으로 움직이든, 투자자의 철학과 태도에 따라 비트코인 생태계는 각기 다른 길을 걸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