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토큰증권, K콘텐츠 앞세워 세계 공략 나선다

| 연합뉴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적 토대가 미흡하다는 지적 속에, 업계에서는 토큰증권의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만의 고유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가상자산 상품 개발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제언도 함께 나왔다.

신범준 토큰증권협의회 회장은 9월 30일 서울 중구 웨스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거래소 주최 '한국 자본시장 콘퍼런스'에서, 미국과 일본의 규제 환경 변화를 언급하며 한국도 이에 뒤처지지 않도록 제도를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혁신금융과 가상자산을 포괄하는 증권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 있고, 일본 역시 금융상품거래법을 개정한 이후 토큰증권 상품을 빠르게 출시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토큰증권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주식·채권 등 전통적 금융자산을 디지털화한 형태의 증권이다. 신 회장은 한국만이 보유한 차별화된 콘텐츠로 K팝, 영화, 게임 등 이른바 한국형 컨텐츠(K콘텐츠)를 활용한 토큰증권 상품이 향후 국내외 투자자에게 큰 매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관련 법이 정비되면 이러한 새로운 유형의 가상자산 상품 출시가 본격화되고, 이에 따른 투자 시장도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그는 해외 투자자들이 손쉽게 국내 토큰증권을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조속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테이블코인은 특정 자산에 가치를 연동시킨 암호화폿돈데, 가격 변동성이 적어 거래의 중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당장은 테더(USDT) 등 해외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거래 시스템을 국내에 적용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한편 오사카디지털거래소(ODX)의 기미오 미카즈키 대표는, 시장 참여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누구나 접근 가능한 '퍼블릭 블록체인'(공개형 블록체인) 기반의 상품 발행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토큰증권이 발행돼야 세계 시장과의 연계성, 즉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거래소 측도 제도 변화에 맞춰 새로운 시장 개설을 준비 중이다. 한국거래소 정규일 부이사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2026년 초 장내 신종증권시장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초기에는 부동산, 저작권 등 실물자산을 쪼개 투자할 수 있는 '조각투자상품'이 중심이 될 전망이다. 아울러 법률 정비를 전제로 비트코인 기반 상장지수펀드(ETF)나 파생상품도 국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적 기반을 갖추면서 새로운 금융상품 다변화의 길로 나아갈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기존 자산과 디지털 기술의 융합이 본격화되면,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 간 경계가 더욱 옅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