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금융위기 대응 전문기관이 복수 발행형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금지 조치를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데 따른 조치다.
블룸버그는 30일(현지시간), 유럽 시스템리스크관리위원회(ESRB)가 지난 주 EU와 타국에서 공동 발행되는 특정 스테이블코인을 금지하자고 권고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방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규제당국에 압력을 가해 서클(Circle), 팍소스(Paxos) 등 주요 발행사의 활동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ESRB는 스테이블코인의 사용 확대가 전통 금융시장의 안정성에 새로운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복수 국가에서 동시에 발행되는 스테이블코인은 통화 정책의 효과성과 금융 안정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된다는 분석이다. 이는 유럽의 금융 체계 안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규제 당국의 최근 기조와도 맞물린다.
이번 권고는 마이카(MiCA, Markets in Crypto-Assets) 규제 프레임워크가 올해 일부 발효됨에 따라, EU 차원의 스테이블코인 규율 강화 분위기를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마이카는 유럽 내 암호화폐 발행과 유통을 포괄적으로 관리하며, 특히 스테이블코인을 일정한 한도 이상 발행하거나 결제수단으로 활용할 경우 별도의 규제를 적용받는다.
전문가들은 이런 권고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경우,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중대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 법무법인 링커스의 주기영 변호사는 “EU는 전통 금융 안정성과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더욱 엄격하게 관리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며 “특히 복수 발행 구조는 규제 사각지대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규제 기관 입장에선 우선적으로 대응하고 싶은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움직임은 미국을 포함한 주요 경제권에서의 암호화폐 규제 강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미국 재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주요 규제기관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감독 범위를 확대하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암호화폐 규제에 관한 입장을 간헐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와 연동돼 가격 변동성이 적은 암호화폐로, 글로벌 결제 및 자산 이전 수단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대체 통화로 기능하게 될 경우, 각국의 통화주권과 금융시장 구조에 구조적인 도전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 공조와 기준 마련의 필요성이 점점 더 강조되고 있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