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캐시(ZEC), 그레이스케일 투자 호재에 140% 급등… 기관 유입 본격화

| 손정환 기자

시총 기준 상위 50위권 안팎을 오가던 프라이버시 코인 지캐시(ZEC)가 그레이스케일의 투자 상품 소식에 힘입어 급등세를 기록했다. 하루 새 54% 이상 폭등하며 150달러(약 20만 8,500원)를 돌파했고, 한 주 기준으로는 140%에 육박하는 상승률을 보이며 2022년 4월 이후 최고치를 새로 썼다.

시장 분석 플랫폼 알프랙탈(Alphractal)에 따르면, 이번 랠리의 촉매는 그레이스케일(Grayscale)의 지캐시 트러스트(ZCSH)를 통한 사모 투자 기회 개방이다. 이는 일부 기관 및 공인 투자자에게 ZEC에 간접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며, 직접 구매‧보관에 따른 복잡성을 피해갈 수 있도록 한다. 현재 ZCSH의 운용 자산 규모는 4,600만 달러(약 639억 원)를 넘어섰으며, 개별 주당 순자산가치는 9.70달러(약 1만 3,483원)다.

온체인 지표 역시 상승 추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대표적인 강세 신호인 실현 가격(Realized Price)을 돌파한 데 이어, 1,000만 달러(약 139억 원) 이상을 보유 중인 대형 지갑 주소 수도 증가했다. 이는 기관 및 고액 투자자가 본격적으로 포지션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한, 델타 성장률과 MVRV Z-Score 모두 플러스로 전환되면서, 외부의 투기적 자금이 새로 유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캐시의 기술적 강세도 주목할 만하다. 가명 분석가 ‘ant’는 크라켄(Kraken) 거래소의 장기 데이터를 토대로 ZEC 가격이 월간 추세 상단선인 216달러(약 30만 2000원)까지 확장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지캐시를 "실질적인 프라이버시 거래 종목 중 하나"로 평가하며, 강력한 기술적 반등 가능성을 지목했다.

이념적 관점에서도 ZEC는 지지를 받고 있다. 벤처투자가이자 유명 기업가 나발 라비칸트(Naval Ravikant)는 최근 “비트코인(BTC)이 법정화폐에 대한 보험이라면, 지캐시는 비트코인에 대한 보험이다”라는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는 비트코인이 중앙통제 화폐 시스템에 대한 탈중앙화 대안이라면, ZEC는 비트코인이 간과한 ‘거래 익명성’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평가했다.

전 비트멕스(BitMEX) CEO인 아서 헤이즈(Arthur Hayes) 역시 라비칸트와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그의 조언에 따라 ZEC 매수에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헤이즈는 거래 브로커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직감대로 행동했다”며 실전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지캐시는 최근 XMR과의 경쟁 구도 속에서도 프라이버시 코인 중 독자 행보를 견지하고 있다. 8년 하락 추세를 돌파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추가 랠리 가능성도 남아 있다. 다만, 투자자들은 변동성이 큰 프라이버시 코인의 특성과 규제 위험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