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FCA, 암호화폐 ETN 개인투자 허용…삼성-코인베이스 협업과 맞물려 시장 재편 신호

| 서지우 기자

영국 금융감독청(FCA)이 개인 투자자 대상 암호화폐 상장지수채권(ETN) 판매 금지를 철회할 준비에 나서며, 업계 전반에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정책 변화는 지난 2019년부터 이어져 온 규제의 방향을 180도 전환하는 조치로, 비트코인(BTC) 기반 거래 상품의 개인 투자 접근성 향상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FCA는 8월 공지를 통해 오는 수요일부터 FCA가 승인한 영국 내 투자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암호화폐 ETN에 대해 개인 투자자의 접근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여전히 금지된 상장지수펀드(ETF)와 달리, 기초 자산을 보유하지 않고 암호화폐 가격에 연동되는 부채 증권 형태의 투자 상품이다.

기업들의 반응도 잇따르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자사의 아이셰어즈(iShares) 비트코인 상품을 영국 시장에 상장할 준비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규제 변경 시점인 10월 8일 이후 개인 투자자 대상 거래 재개를 염두에 둔 조치다. 런던에 유럽 본사를 둔 비트와이즈(Bitwise)의 헌터 홀슬리(Hunter Horsley) CEO도 “드디어 유럽의 홈 시장에서 더 많은 투자자들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암호화폐 산업 연합인 CryptoUK의 이언 테일러(Ian Taylor) 자문위원은 “지금까지 영국은 ETN 규제에 있어 이례적으로 보수적인 태도였다”며 “이번 결정이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FCA는 이번 조치 결정을 위해 다수의 기업, 산업 협회, 소비자 단체와 광범위한 의견 수렴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암호화폐 접근성을 대폭 확대한다. 삼성은 코인베이스(Coinbase)와의 협력을 넓혀 갤럭시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삼성월렛(Samsung Wallet)을 통해 암호화폐를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1단계로는 미국 내 7,500만 명 이상의 갤럭시 사용자가 '코인베이스 원(Coinbase One)'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으며, 이 서비스는 거래 수수료 면제, 스테이킹 보상 상향, 자산 보호 기능을 제공한다.

코인베이스의 최고사업책임자 샨 아거왈(Shan Aggarwal)은 “삼성과의 협업은 코인베이스의 신뢰성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확장의 기반”이라며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 갤럭시 사용자들에게 제품 가치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사는 향후 범위를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해, 10억 명 이상의 갤럭시 활성 사용자를 암호화폐 생태계로 유입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FCA의 정책 전환과 삼성의 글로벌 전략은 개인 투자자 중심의 암호화폐 시장 확대 흐름을 여실히 보여준다. 접근성과 규제 명확성 모두 개선되는 가운데, 암호화폐는 다시 한 번 제도권 금융으로의 진입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