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2년 반 동안 고객 유치에 1,800억 원 썼다… 출혈경쟁 '경고등'

| 연합뉴스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최근 2년 반 동안 고객 유치 경쟁을 위해 거의 2천억 원에 달하는 마케팅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빗썸은 전체 수수료 수입의 약 5분의 1을 이러한 이벤트 비용으로 사용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이 10월 4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5년 7월까지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5개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의 고객 대상 마케팅 지출액은 총 1천930억 원에 달했다. 이 중 빗썸이 집행한 금액은 1천802억 원으로 전체의 93% 가까이를 차지하며 독보적인 규모를 보였다.

이 같은 지출은 수수료 할인, 거래금 환급, 회원 등급별 포인트 적립 등 다양한 형태의 거래 유인책을 통해 이뤄졌다. 빗썸은 2024년과 2025년 두 해 동안 고객 등급제에 기반한 ‘멤버십 리워드 프로그램’에만 1천216억 원을 투자했다. 이와 별도로 업비트는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간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기념해 약 22억 원 규모의 프로모션을 진행한 바 있다.

거래소별 집행 금액에는 큰 차이가 있었지만, 이용자들이 실제 부담한 평균 거래 수수료율은 대부분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조사 기간 동안 코인원이 0.05%로 가장 높았고, 업비트와 빗썸은 0.04%, 코빗 0.02%, 고팍스는 0.01%였다. 이는 거래소 간 수익 구조가 큰 차이 없이 비슷한 가운데, 고객 유치를 위해 집행한 마케팅 비용이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헌승 의원은 이러한 무분별한 마케팅 경쟁이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벤트 비용이 과도해지면 거래소 재무 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뿐 아니라, 가상자산 시장 전반의 신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금융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감독을 당부했다.

이러한 경쟁 과열 양상은 향후 가상자산 시장에서 거래소 간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 거래소는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로 내몰릴 수 있고, 결국 일부 대형 거래소 중심의 시장 재편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감독 당국의 역할과 규제 기준 마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