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뱅크먼-프리드 “FTX 최대 실책은 CEO 자리 넘긴 것”

| 서도윤 기자

파산한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설립자이자 전 최고경영자(CEO) 샘 뱅크먼-프리드(Sam Bankman-Fried)가 자신이 저지른 가장 큰 실책은 회사 경영권을 새로운 경영진에게 넘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결정으로 인해 FTX를 파산 직전에 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쳤다고 주장했다.

한때 평가액 320억 달러(약 44조 4,800억 원)에 달했던 FTX를 이끌던 뱅크먼-프리드는 FTX와 자매회사 알라메다 리서치의 붕괴로 발생한 약 89억 달러(약 12조 3,710억 원) 규모의 투자 손실과 관련해 총 7건의 중범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현재 25년형을 복역 중이다.

그는 최근 미국 매체 모어더존스(Mother Jones)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큰 실책은 단연 회사를 넘긴 것이었다”고 말했다. FTX가 공식적으로 챕터11 파산을 신청하고 존 J. 레이 3세(John J. Ray III)에게 CEO 자리를 이양한 2022년 11월 11일, 뱅크먼-프리드는 외부 투자 제안 전화를 받았지만, 이미 서명을 마친 뒤였고 이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고 회고했다.

FTX의 파산을 주도한 레이 CEO는 취임 직후 파산보호 절차를 개시했고, 법률 자문을 위해 서리번 앤드 크롬웰(Sullivan & Cromwell, S&C)을 고용했다. 이 법무법인은 파산을 신청하기 이틀 전인 2022년 11월 9일, 뱅크먼-프리드에게 레이를 구조조정 최고책임자(CRO)로 임명하는 방안을 이메일로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FTX의 몰락은 고객 자산의 무단 유용에 기인했다. 뱅크먼-프리드는 사용자로부터 예치받은 자금을 사전 동의 없이 알라메다 리서치에 넘겼고, 이는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거래 손실로 이어졌다. 이 자금 격차는 지금도 ‘알라메다 갭’으로 불린다.

뱅크먼-프리드는 2022년 12월 12일 바하마에서 미 검찰의 형사 고발에 따라 체포됐으며, 2023년 1월 미국으로 송환돼 현재 복역 중이다. FTX의 붕괴는 단순한 기업 실패를 넘어,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를 뒤흔든 상징적 사건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