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보유량 2.2배 급증…외환 리스크 우려 고조

| 연합뉴스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보유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가격이 미국 달러에 연동된 암호화폐)의 규모가 1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글로벌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관련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5개 주요 거래소의 달러 스테이블코인 보유량은 3억 6천541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점(1억 6천392만 달러)과 비교해 약 2.2배(121%)나 증가한 수준이다. 다만, 이 통계는 거래소 계정에 보관된 금액만 포함한 것으로, 이용자 개인 지갑에 있는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하면 실제 보유량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에 국내 거래소를 통한 스테이블코인 유출입 규모도 크게 확대됐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의 유출입액은 각각 약 63조 2천억 원, 63조 4천억 원으로, 이는 작년 전체 유출입액(각각 47조 5천억 원, 47조 8천억 원)과 비교해 각각 33%가량 증가한 것이다. 다만, 이러한 통계에는 국내 거래소 간 이동도 포함돼 있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갔는지는 명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거래 증가 차원을 넘어 외환 관리 측면에서 잠재적인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이정두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국내 스테이블코인 거래 수요의 상당 부분이 해외 가상자산 거래나 송금 목적에 기반하고 있으며, 외국환거래 모니터링 시스템을 회피한 자본 이동이 상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스테이블코인은 실질적으로 지급결제 수단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관련 외환 규제 적용과 엄격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여당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법적 기반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현재 논의 중인 법안에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도입 가능성과 함께, 국내 유통되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체계 구축 등이 포함돼 있다. 추 의원은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본 유출 및 외환시장 불안정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장치를 법적으로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국제적 논의와 더불어 국내 금융당국의 대응에 따라 향후 디지털 자산 시장의 제도화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자금세탁이나 탈법적 송금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를 막기 위한 관리 장치의 도입 여부가 시장 안정성과 직결될 것으로 보인다.